사퇴 의사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과천=권욱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4일 전격 구속됐다. 사법부로부터 조 전 장관 의혹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검찰이 ‘과잉 수사’ 논란 부담을 덜고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0시18분께 정 교수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됐고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정 교수가 이날 구속된 데는 무엇보다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를 통해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와 자료를 반출하고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의심케 할 시도를 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또 각종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관계자 중 가장 혐의가 중대한 인물이란 점도 영장 발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앞선 21일 정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11개 범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구속 판단에 최대 변수로 지목된 정 교수의 건강 문제도 영장 발부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송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구속 절차를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난 9일 허리디스크 등을 이유로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가 구속을 피한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론으로도 해석된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정 교수는 영국 유학 중이던 2004년 추락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뒤 두통·어지러움 증세를 겪었다. 정 교수 측은 최근에도 뇌종양·뇌경색 증상을 호소하며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자료, 신경외과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10시10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서관 출입구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선 정 교수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며 작은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하느냐”, “검찰이 강압 수사를 했다고 생각하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정 교수에 대한 심문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50분까지 무려 6시간50분 동안 이뤄졌다. 정 교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심문 종료 직후 “11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결국 구속 신세에 처했다.
정 교수 구속으로 검찰의 칼끝은 조 전 장관을 본격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의 혐의 대부분이 조 전 장관 본인 문제와 직결된 만큼 조 전 장관 소환 조사 등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법부가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꼴이 돼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다만 조 전 장관 사태로 여론이 첨예하게 양분돼 있어 이제 현 정부 지지층이 법원까지 비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