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
자신이 시한부로 정한 ‘연말’이라는 시간표에 쫓기고 있는 김 위원장은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최대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통해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고문은 담화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연합뉴스
김 고문은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조미(북미)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며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며칠 전 내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조미관계문제를 비롯하여 대외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드리었을 때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는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진행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대미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던 북한이 미국에 대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현지시간) 돌발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정보”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의 중대한 재건(a major rebuild)” 등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회의론이 큰 미 행정부의 관료들보다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거론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도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북한의 전략이라는 평가다.
실제 김 고문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무협상의 한계를 강조했다.
결국 북한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관료급보다 충동적이고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스톡홀름 노딜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강조한 만큼 2차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도 연말 시한에 쫓기는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끌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11월 중순쯤에는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왼쪽)가 23일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1차 스톡홀름 실무협상의 중재를 맡은 스웨덴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2차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는 전날 주한 스웨덴대사관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미국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끔 수주 내에 양국에 다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