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배가본드’ 촬영 현장에서 임승묵(가운데) 무술감독. /사진제공=임승묵 씨
SBS 드라마 ‘배가본드’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못지않게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액션 장면들로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모로코 탕헤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파쿠르(주위 지형이나 건물·사물을 이용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액션)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자동차 추격신과 총격신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 덕분인지 ‘배가본드’는 지난달 20일 10.4%(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1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배가본드’의 화려한 액션 뒤에는 동작 하나하나를 구상하고 배우의 액션 연기를 세심하게 지도하는 무술감독이 있다. 드라마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비하인드 더 드라마’ 세 번째 주인공으로 만난 임승묵 무술감독은 “처음 ‘배가본드’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고 시간 날 때마다 액션을 연구한 것이 어림잡아 1년”이라며 “멋이나 화려함만 추구하는 액션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리얼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액션 연구에 1년이나 걸린 이유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인생사를 분석해서 액션 컨셉을 잡기 때문이다. ‘배가본드’의 경우 주인공 차달건(이승기 분)의 직업이 스턴트맨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연스러운 액션을 짰다.
임승묵 드라마 무술감독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드라마나 영화의 액션신을 도맡아 구성하는 무술팀은 크게 무술감독, 무술지도, 대역 세 가지 역할로 나뉜다. 임 감독은 ‘배가본드’에서 강풍 무술감독과 함께 세컨드 무술감독으로 참여해 액션 합을 구성하고, 배우들과 대역을 맡은 액션팀의 운동과 무술 연기를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주연 배우인 이승기와는 2013년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그의 대역 연기를 했던 인연이 있다.
임 감독이 우연한 계기로 무술팀 일을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다니던 체육관 선생님으로부터 ‘액션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단순히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일”이라며 “19살에 서울로 올라와 영화 촬영 현장에 뛰어들었고, 어느새 1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배가본드’ 촬영 현장에서 임승묵 무술감독. /사진제공=임승묵 씨
그는 영화 ‘형사’ ‘천군’을 거쳐 ‘포화속으로’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등에서 액션 대역배우로 일을 시작했다. 영화에 주로 참여하다가 2013년 MBC 드라마 ‘구가의 서’와 SBS 드라마 ‘미세스 캅’ 등으로 드라마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영화·드라마의 액션팀은 30여 개 정도에 달하며, 팀만의 특화된 시그니처 액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임 감독은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의 액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라며 “차이가 있다면 드라마는 현장 상황에 맞춰 순간의 판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미리 준비해놓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매번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 무술팀 일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몸을 쓰는 직업인 만큼 부상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그는 “대역을 하다 부상당하면 치료비는 받지만 쉬는 동안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며 “발목이 돌아가거나 어깨가 빠졌을 때 오래 쉬지 못하고 일을 바로 시작할 수밖에 없어 나중에 고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임 감독은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액션 대역 배우 역할을 하는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직접 대역을 해본 만큼 그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교했을 때 급여도 많이 늘었고, 촬영 환경도 좋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임 감독은 “무술 감독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해외에서는 무술 감독이 전체 연출을 맡는 일도 있는 만큼 현장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SBS 드라마 ‘배가본드’ 촬영 현장에서 임승묵 무술감독. /사진제공=임승묵 씨
임승묵 드라마 무술감독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