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후보 간츠…연정구성 고비 넘을까

28일간 다른 정당들과 협의
8석 극우당 중립에 진통 예상
간츠도 실패땐 '세번째 총선'

베니 간츠(왼쪽) 이스라엘 청백당 후보가 23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대통령궁에서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내각 구성 권한을 부여받고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 중도정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60)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9월17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의 정당이 나오지 않아 먼저 내각 구성권을 받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자 간츠 대표에게 공이 넘어온 것이다. 간츠 대표에게는 다른 정당들과 연정 구성을 협상할 수 있는 28일의 시간이 주어지며, 이 기간 내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된다. 간츠 대표는 곧바로 주요 정당 대표들에게 전화해 수일 내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이날 “나는 자유주의 통합정부 구성을 약속했고 그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이스라엘이 간절히 원하는 정부와 이스라엘 국민 모두를 위해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간츠는 38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활동한 정치 신예다.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의 자리를 넘겨볼 정도의 거물로 급부상했다. 1959년 이스라엘 중남부 마을 크파르아힘에서 태어나 1977년부터 군 생활을 했다. 이후 주요 지휘관을 거친 뒤 2011∼2015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2014년 7∼8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지휘했다. 지난해 말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 참신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고 올해 2월 TV 앵커 출신의 정치인 야이르 라피드와 청백당을 꾸렸다.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간츠가 집권할 경우 중동정책에서 유연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병합하겠다는 강경우파 성향의 네타냐후와 달리 간츠는 협상을 통해 서안에서 철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랍계에 대해서도 포용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청백당은 지난 총선에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33석을 확보해 제1당에 올랐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아랍계 정당연합(조인트리스트) 중 3개 정당(10석)을 비롯한 지지 정당들의 의석을 모두 합쳐도 54석에 그친다. 앞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32석),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이누당(8석)과 연정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진통이 불가피하다.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베이테이누당은 캐스팅보트로 꼽혔지만 중립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간츠 대표까지 연정에 실패해 또다시 조기총선을 치르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4월과 9월에 이어 1년 새 세 번째 총선 실시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4월 조기총선 직후에도 연정 구성권을 부여받았지만 대타협을 이뤄내지 못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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