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떠받친 성장률 민낯..."결국 기업 투자 의욕 살려야"

[3분기 성장률 0.4% '쇼크']
3분기 건설투자 5.2%↓·재정여력도 떨어져
年 2% 성장 사수하려면 4분기에 1%는 돼야
文대통령 "우리경제 견실...높이 평가"와 대조
민간투자 확대·수출 활성화 등이 '최후 보루'


우리나라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1.0%에서 0.4%로 크게 둔화한 것은 믿었던 재정의 성장 기여도가 추락한 가운데 기업 등 민간의 투자와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서다. 3·4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1.9%까지 떨어져 연간 기준 성장률 2% 이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재정을 총동원해 2% 사수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하지 않고서는 이마저도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도 오히려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24일 한은이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이 기간 0.1% 증가하는 데 그쳐 2·4분기(0.7% 증가)보다 크게 둔화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는 늘었지만 일본 등 해외여행과 의류 등 준내구재 소비는 줄었다. 특히 건설투자의 경우 건물·토목건설이 모두 줄면서 5.2%나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덕에 0.5% 증가했지만 2·4분기(3.2% 증가)보다 회복세가 부진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는 줄었다.

이처럼 민간 소비와 민간 투자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3·4분기 성장률이 0.4%에 머물렀다. 전체 민간지출의 3·4분기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2·4분기(-0.2%포인트)보다 나아졌지만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포인트로 2·4분기의 0.3%포인트에서 악화했으며 민간 투자는 -0.7%포인트로 지난해 2·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도를 이어갔다.


3·4분기에도 민간 지출의 구멍을 재정으로 메우면서 정부 소비는 1.2% 증가했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늘고 고3 무상교육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하지만 상반기에 대거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재정의 성장 기여도는 2·4분기 1.2%포인트에서 3·4분기 0.2%포인트로 현저히 떨어졌다.

다행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전 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이며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4.1% 증가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이로써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에서 플러스(1.3%포인트)로 돌아섰다.

정부는 3·4분기 성장률이 크게 둔화해 올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우려되자 4·4분기에도 재정을 총동원해 2%를 지키려 하고 있다. 올해 2%대 성장을 달성하려면 4·4분기 중 1.0%의 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기록해야 하는데 한은은 “미중 무역전쟁의 완화 여부와 플러스로 전환한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추가로 확대될지, 정부가 이월·불용 예산을 최소화해 예산지출을 최대로 올릴지 여부 등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남은 예산이 20~30% 정도로 싹싹 긁어 써도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최근 경기 부진의 주요 요인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량 감소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 확장 자체의 경기 대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연말을 앞두고 밀어내기식 예산 사용에 나서겠지만 여력이 많이 남지 않아 재정으로 2%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회복세인 수출이 증가세를 확대하고 기업 투자가 살아나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길만이 정부가 10년 만에 성장률 2% 붕괴라는 불명예를 떨쳐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호재는 기업의 수출 증가 속에 민간 투자와 소비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손철·백주연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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