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임기 마치고 떠나는 드라기..."경기 부양책 여전히 필요"

이달 말 퇴임 앞두고 마지막 통화회의 주재
"유로존 하방 위험,,,성장 동력 약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마지막 통화정책회의가 끝나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프랑크푸르트=AP연합뉴스

이달 말로 퇴임하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4일(현지시간) 마지막 통화회의를 주재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하방 위험성을 지적하며 앞으로도 충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이사회 이후 들어오는 자료들은 유로존의 성장 동력 약화와 경기 하방 위험 등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확인시켜준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목표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적절하게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정학적 위험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신흥시장의 불안정성 등을 들었다. 그는 지난달 12일 통화정책에서 경기부양 패키지 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반대한 것과 관련해 “토론의 일부분”이라며 통화정책 토론 시 언제나 다른 의견이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지난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기존 -0.4%에서 -0.5%로 인하했고, 지난해 말 종료했던 순자산매입을 월 200억 유로 수준으로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드라기 총재는 후임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상대로 충고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충고도 필요 없다”면서 “그는 해야 할 일을 완벽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유럽연합(EU)이 재정 위기에 빠져있던 2011년 11월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에 이어 8년간 유럽 통화 당국의 사령탑을 맡았다. 드라기의 취임 이후 유로존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투자자들은 다시 유럽 채권 매입을 시작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재정위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며 드라기 총재를 2012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는 장기대출(LTRO)에 이어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해 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채권 매입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국채매입프로그램(OMT)을 도입했다. TLTRO는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주택담보대출 제외)을 더 많이 하는 은행에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그는 시중 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금리를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낮췄다. 그러나 ECB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돌자 지난 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부양 패키지를 결정했다. 이 결정에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 반발하는 등 드라기 총재의 임기 말에 ECB에서 파열음이 나기도 했다.

한편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역시 각각 현행 -0.50%와 0.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충분히 근접할 때까지 금리를 현행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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