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여성 환자에게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팔다리, 특히 허벅지 근육량이 많은 폐경기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넓적다리뼈(대퇴골) 등의 골밀도가 높아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정민·이승훈 교수팀이 골다공증 및 그전 단계(골감소증)의 폐경 후 여성 279명(평균 58.4세)의 팔다리 근육량과 넓적다리뼈 등의 골밀도·골다공증 위험도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이 교수는 “뼈가 근육에 많이 둘러싸여 있을수록 골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폐경을 앞둔 40세 이상 여성이라면 걷기, 등산, 자전거 타기, 스쾃 등 하체 근육운동을 꾸준히 해 골다공증과 근(근육)감소증을 적극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스쾃 (8~10회씩 총 5세트 진행) ①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은 사진처럼 유지 ② 의자에 앉듯이 무릎을 60~90도 구부림 ③ 2~3초간 자세 유지 후 원위치
◇폐경 후 여성 10명 중 5명 골다공증, 2명 근감소증=폐경 후 여성 279명 중 50.2%(140명)는 골다공증, 21.5%(60명)는 근감소증, 13.6%(38명)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7.9%(22명)는 비척추골절이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팔다리, 특히 허벅지 근육량이 많으면 인체에서 가장 많은 근육에 둘러싸인 넓적다리뼈 등의 골밀도가 증가하고 골다공증 위험은 낮았다. 폐경 후 여성의 팔다리 근육량이 1㎏ 많을수록 넓적다리뼈의 골다공증 위험도(0.74)는 26% 감소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근육에 둘러싸인 허리뼈(요추)는 그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골다공증은 골밀도 감소로 뼈의 강도가 약해져 엉덩방아를 찧거나 넘어지는 정도의 충격으로도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질 수 있다. 골다공증이 아니더라도 팔다리 근육량이 적거나 많이 줄었다면 중심을 못 잡고 잘 넘어지기 때문에 골절 사고를 당하기 쉽다.
골반뼈와 만나 엉덩관절(고관절)을 이루는 넓적다리뼈 윗부분인 대퇴경부가 부러지면 15~20%가 수술 후 1년 안에 사망한다. 수술을 받지 못할 정도면 거동이 불가능해 폐렴·욕창·패혈증·혈전증 등으로 수개월 만에 사망할 수 있다. ‘꼬부랑 할머니’의 주요 원인인 척추압박골절은 안정을 취하면 잘 아물어 2~4주면 별다른 허리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다. 다리 저림, 통증, 마비감 등 신경 증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골다공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97만2,000여명으로 2014년 82만여명보다 18.5%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94%(약 91만4,000명)로 남성(5만8,000여명)의 15.7배나 됐다. 여성은 임신·수유 등으로 칼슘을 많이 잃어버리는데다 골밀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뼛속 물질이 폐경 직후 수년간 그 이전보다 5~10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골다공증 예방·관리를 위해서는 칼슘·비타민D를 최대한 음식으로 섭취하고 부족분을 저용량 보충제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 40대 여성이 골밀도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골다공증 진료 年 97만명 중 94% 여성…50세 이상 남성 50% 골감소증=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만성 신부전, 갑상선기능항진증, 영양분 흡수율이 낮은 위장관질환이 있어도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과 골밀도가 비슷해도 넓적다리뼈 윗부분의 골절 위험이 1.7배 이상, 근육량 감소 가속화 위험이 2.9배 높다.
남성도 골다공증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0세 이상 남성 10명 중 5명은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으로 뼈의 칼슘·미네랄 등이 정상 이하로 떨어져 있다. 또 뼈와 근육을 굵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급감하는 70대 중반 무렵 뼈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흡연과 잦은 음주도 칼슘 흡수와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몸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게 한다.
근육량·근력 감소가 두드러진 노인은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위험이 높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팀이 강원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65세 이상 노인 1,343명(평균 76세)의 건강상태를 2년10개월 동안 추적관찰했더니 근감소증(근육량·근력 하위 20%)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위험이 남자 5.2배, 여자 2.2배 △그전에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발생 위험이 2.2배 높았다.
근감소증은 만성질환, 영양부족, 운동량 감소 등으로 근육의 양과 근력·근기능 감소가 동반되는 질환.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일어날 때 힘들며 기운이 없고 자주 어지러워 눕게 되고 잘 넘어진다. 질병에 걸렸을 때 쉽게 낫지 않고 관절통 악화, 골밀도 감소, 골절·뇌출혈 위험이 커진다. 지팡이·휠체어를 빨리 쓰게 되며 요양시설 입원과 사망 증가를 초래한다.
근력운동과 칼슘·비타민D·단백질 섭취는 골다공증·근감소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루 800~1,000㎎의 칼슘과 800IU(국제단위) 이상의 비타민D를 우선 음식으로 채우고 부족분은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담배는 피하고 탄산음료·커피는 줄인다. 고기 섭취가 어려우면 류신 등 필수단백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계란을 하루 2~3개 이상 먹어야 근육 소실을 줄일 수 있다. 이 교수는 “노인의 근육 감소는 건강 악화와 사망의 직접적인 신호일 수 있으므로 평소 유산소·근력운동을 병행해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근감소증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