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찰’ 논란에 휘말린 경찰청장

민갑룡 청장 직원들에 “與 보고서 읽어라”
해당 보고서 ‘검찰 조국 수사 비판’ 시각 담겨
한국당 “정치권력 눈 멀어…즉각 사퇴해야”
경찰 “정보공유 차원…정치적 의도로 곡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이 여당이 작성한 검찰개혁 관련 보고서를 직원들에게 읽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검찰의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있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정보 공유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이달 중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발행한 정례보고서 2건을 본청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검찰개혁에 대한 분석과 정책 추진방향 등이 담겨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경찰청 고위간부회의에서 민갑룡 청장은 수사권 조정 등 경찰개혁의 적극적 추진을 당부하며 민주연구원 보고서 등에 대해 언급했다. 회의 직후 수사구조개혁단은 해당 보고서를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여당의 정치적 견해가 담긴 보고서를 경찰이 조직적으로 공유한 것을 놓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을 포함한 사법체계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주장이 포함돼있다. 특히 ‘사냥처럼 시작된 검찰 조국 수사, 사법 농단 수사와 다른 법원의 이중성’과 같은 문구가 담겨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국가공무원법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민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청이 직원에게 집권여당의 조국 수사 비판 보고서를 읽도록 지시했다”면서 “대한민국 경찰을 집권 세력의 경찰로 만든 경찰청장은 당연히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정치 권력에 눈이 멀어 집권 세력에 줄서기 바쁜 정치경찰이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경찰개혁을 통해 경찰의 정치화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 청장은 경찰청을 정권을 수호하는 5공 시절 치안본부로 만들려 하나”며 “경찰이 ‘정치경찰’하겠다고 설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측은 “수사권 조정 등 경찰개혁과제 추진과 관련해 본청 직원의 공감대와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자료들을 공유하게 됐다”면서 “수사구조개혁단의 이러한 활동이 정치적 의도로 곡해받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여당도 경찰 엄호에 나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보도는 명백히 사실관계를 호도했다”며 “보고서는 조 전 장관을 여러 사례 중 하나로 들었을 뿐 검경수사권 조정과 사법개혁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 청장이 조 전 장관 수사를 변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의 이해당사자인 만큼 보고서를 참고하라고 한 것이지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해당 보도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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