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이달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국표’ 검찰개혁 일환인 인권보호수사규칙 입법예고가 나흘로 단축된 이유가 법무부가 이를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로 봤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적 관심이 많은 중요 피의자에 대해 공개소환 등이 관례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수사규칙 입법예고가 ‘긴급’을 요하는 사안인 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국민의 알 권리나 국민 생활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 관련 법무부령을 졸속으로 제정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무부·법제처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 전 장관이 사임한 다음날인 지난 15일 관보를 통해 ‘인권보호수사규칙(안)’을 18일까지 4일간 입법예고했다. 통상 40일 기간을 가지는 것을 행정절차법을 근거로 단축한 것이다. 총 4장 82조항으로 구성된 수사규칙은 조 전 장관이 앞서 발표한 공개소환 금지, 장기간·심야조사 금지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입법예고 기간을 협의하며 수사규칙이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생략가능 사유 중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로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다.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생략가능 사유에는 이외에도 △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 △상위 법령 등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 △단순한 표현·자구를 변경하는 경우 등이 있다. 바꿔 말하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입법예고를 생략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사규칙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기간을 가졌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규칙은 기존 법무부훈령으로 시행 중이던 인권보호수사준칙을 규칙으로 상향하면서 심야조사·장기간조사 제한,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출석조사 최소화 등 수사관행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
특히 8절 ‘수사상황의 공개’ 부분에는 형사사건 내용 공개금지의 범위를 ‘수사 또는 내사를 종결한 범죄사건’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시에 제정 추진 중인 법무부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과 결합하면 앞으로는 수사가 종결돼 기소·불기소 등 처분이 완료된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언론의 감시기능이 약화돼 ‘밀실수사’에 대한 견제방법이 없어지고, 결국 국민의 알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를 통해 정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검찰개혁 일환으로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이달 내 제정하겠다고 못박았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