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배터리 사업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충당금을 3·4분기가 아닌 4·4분기에 반영하기로 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은 3·4분기 매출 7조3,473억원, 영업이익 3,803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인 3,335억원보다 468억원이 많았다. 3·4분기 전지 부문에서 매출 2조2,102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한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ESS 화재 사고로 ESS 관련 국내 매출은 없다시피 했으나 소형 정보기술(IT) 전지와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확대가 실적을 이끌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잇따른 전기차 출시로 향후 배터리 부문 실적 전망도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 측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중국 등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며 “올해 말 70GWh의 생산능력을 내년 말 100GWh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배터리 부문 예상 매출은 10조원에 달한다.
ESS 화재에 대한 충당금이 4·4분기에 반영되면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윤현석 LG화학 IR담당은 “4·4분기 전지사업 수익성은 ESS 추가 충당금에 달렸다”고 밝혔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ESS 충당금이 3·4분기에 반영되지 않고 4·4분기에 발생하면서 적자 지속이 예상됐던 전지 부문이 흑자 전환하고 컨센서스를 상회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4·4분기 발생할 ESS 충당금을 4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날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강경론도 재확인했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특허소송은 특허권이 많은 측이 적은 측을 상대로 제기하는 게 일반적인데 2차전지 관련 특허 수가 당사는 1만6,000여건, 상대방은 1,000여건으로 비교조차 어렵다”면서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관련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포렌식 조사 명령을 받은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도 여러 법적 분쟁이 있을 것”이라며 추가 소송 또한 시사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3·4분기 매출 3조9,648억원, 영업이익 3,212억원을 올렸다. LG화학 측은 이와 관련해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면서 “스프레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고부가 제품 매출이 확대되며 4·4분기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성수기를 맞은 첨단소재 부문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 비중 증가로 매출 1조2,179억원, 영업이익 328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 측은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에 따라 주요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반면 OLED는 두자릿수 후반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고부가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LCD 편광판 사업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내용이 구체화했을 때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외에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은 매출 1,659억원에 영업이익 161억원, 자회사 팜한농은 매출 937억원에 영업손실 11억원을 올렸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