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MBK '블라인드펀드 5兆 시대' 문 연다

4호펀드 결성 3년만에 80% 소진
5호 조성…"국내 첫 5조 넘을것"
"MBK 펀드, 글로벌 4대 고수익"
수익률 입소문…유동자금 몰릴듯


국내 사모펀드(PEF)의 ‘맏형’인 MBK파트너스가 다섯 번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다. 수익률 기준으로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사모펀드로 올라선 MBK파트너스인 만큼 국내 최초로 블라인드 펀드 5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27일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다섯 번째 블라인드 펀드인 ‘엠비케이파트너스오호(가칭)’ 조성에 돌입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모집과 펀드 결성을 끝낸 뒤 투자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실적이나 신뢰가 없으면 조성이 쉽지 않다.

MBK파트너스가 새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3년 만이다. 롯데카드 인수로 기존 펀드의 집행 잔여액(드라이 파우더·Dry Powder)에 얼마 남지 않은 게 펀드 조성의 이유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 14억 달러(한화 1조4,300억원, 당해연도 평균환율 적용)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로 출발한 1세대 국내 사모펀드다. 이후 △2008년 13억달러(한화 1조5,000억원) △2013년 24억달러(2조5,400억원) △2017년 40억달러(4조5,000억원) 규모로 2~4호 펀드를 결성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통상 기존 펀드의 70% 가량이 소진 되면 다음 펀드 조성에 나선다”며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3,800억원에 인수한 롯데카드의 주식매매계약이 완료돼 펀드 설정액의 80% 가량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의 5호 펀드는 5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 MBK파트너스의 블라인드 펀드는 중국과 한국, 일본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범아시아(Pen-asia) 펀드다. 국내로만 투자영역을 좁혀놓은 한앤컴퍼니도 이달 초 3조8,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MBK 펀드의 수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체투자 정보 전문 서비스업체인 프레킨은 지난 9월 ‘사모자본 성과보고서’를 통해 MBK파트너스를 글로벌 4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 세계 사모펀드 운용사 1만여 곳의 펀드 4,500여개 중에서 MBK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3개 펀드의 수익률이 4대 고수익 펀드로 분석한 것. 지난 3월 MBK파트너스가 발간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호 펀드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은 26.5%다. 3호 펀드와 4호 펀드는 각각 22.6%, 20.4%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 자금이 MBK파트너스의 5호 펀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MBK파트너스가 5조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국내 사모펀드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대규모 M&A 경쟁입찰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무장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나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어깨를 견줄 수 있다. KKR은 최근 150억달러(17조원)가 넘는 규모의 범아시아 펀드를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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