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비해 다소 위축됐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준대형 세단 시장은 여전히 빼앗길 수 없는 자존심이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준대형 프리미엄 세단시장은 독일 3사가 점령했던 시장을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정면 돌파 중이다. 치열한 각축장인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대표하는 제네시스 G80 3.3과 벤츠 E300을 비교했다. ‘편의성·합리적 가격’이냐 ‘빛나는 삼각별’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예비 구매자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본다.
준대형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수입차 제왕은 벤츠 E300이다. 옵션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꼽히지만 판매대수는 명품이다. E클래스 모델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지난 7월 1,295대 팔린 데 이어 8월 1,435대, 9월 1,883대가 팔렸다. 지난 9월 E클래스가 총 4,103대 팔린 점을 고려할 때 판매고 절반은 E300 혼자 올린 것이다. G80 3.3은 G80 전체 모델 중 판매 비중이 88%에 달한다. G80 3.3은 7월 1,484대, 8월 1,825대, 9월 1,313대가 팔렸다. 각 모델 내 트림 판매대수만 놓고 보면 G80 3.3과 E300은 맞수다.
E300과 비교해 G80 3.3의 가장 큰 장점은 크기다. 모든 면에서 E300보다 길다. G80 3.3은 전장 4,990㎜, 전폭 1,890㎜, 전고 1,480㎜로 E300 대비 작게는 10㎜에서 크게는 35㎜ 가량 길다. 휠베이스는 3,010㎜로 E300 2,940㎜보다 70㎜나 더 길다. G80 3.3이 넉넉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는 얘기다. 높은 차급일수록 승객 편의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크기 측면에서는 G80 3.3의 승리다. 다만 트렁크 용량은 E300이 540ℓ로 433ℓ인 G80 3.3을 훌쩍 앞선다.
실내는 E300이 다소 앞선다. 벤츠에 따르면 E-클래스의 인테리어와 관련해 SNS에 노출된 긍정적인 언급이 다른 모델들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3인치 와이드 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가 선사하는 인텔리전스와 벤츠 고유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고객 기대에 부응했다는 분석이다. 스티어링 휠 한 가운데 박힌 벤츠의 로고 삼각별은 운전자를 뿌듯하게 하는 화룡점정이다. G80 3.3 역시 우드 패턴의 디자인과 나파 가죽, 클래식 시계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지만 벤츠의 감성을 따라가기는 아직 무리다.
편의성은 G80 3.3이 앞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기반으로 한 반자율 주행 기능인 HDA는 시내·고속도로 주행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반면 E300에는 반자율주행시스템이 빠져있다. E300 아방가르드에는 통풍시트와 서라운드 카메라 기능도 없다. 다행히 후방카메라는 있다. E300 아방가르드를 선택한다면 여름철 쾌적한 주행과 편리한 주차는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E300 익스클루시브 트림 등에는 이들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가격이 높아진다. 반면 G80 3.3에는 이 기능들이 모두 담겨있다. E300과 G80 3.3 모두 뒷좌석 폴딩은 안된다. 다만 G80 3.3은 뒷좌석 팔걸이 부분이 개방되는 ‘스키 쓰루 기능’을 제공해 적재 편의성을 높였다.
성능은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배기량 3,342cc의 G80 3.3과 1,991cc인 E300을 동일하게 비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토크와 연비만 놓고 보면 E300이 다소 앞선다. 최대출력은 G80 3.3이 282마력으로 E300 245마력 대비 37마력 높다. 배기량 차이를 감안하면 벤츠의 엔진기술이 뛰어나다. 최대 토크는 E300이 37.7㎏·m, G80 3.3이 35.4㎏·m로 비슷하다. 공인연비는 E300이 리터당 11.0㎞로 G80 3.3의 9.1㎞ 대비 소폭 높다.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인 가격은 G80 3.3이 4,899~5,969만원으로 더 우세하다. E300은 6,350~7,700만원이다. G80 3.3에서 모든 옵션을 장착해도 E300 기본 옵션 보다 4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물론 마케팅 행사나 딜러와의 협상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다.
종합하면 브랜드 가치·실내 디자인에서는 E300이 앞서고 실내 공간·운전 편의성·가격은 제네시스 3.3이 한 발 앞서 있는 구도다. 다만 제네시스가 오는 11월 GV80을 출시하고 내년 2~3월께 제네시스 G80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