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던 달러가 약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달러 자산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탄탄했던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이나 미국펀드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안전자산 위주의 달러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7일 외환시장에서 지난 8월 13일 1,223.0원으로 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최저점인 1,172.0원을 기록해 고점 대비 4.17% 하락했다. 반면 1,900선에서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원화 강세에 2,1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노딜 브렉시트·일본 수출 규제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전망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 같은 달러의 약세 전환이 가장 당혹스러운 건 달러상품 투자자들이다. 달러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올 3·4분기 달러 상품에는 높은 환율에도 불구하고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136억 6,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4억 8,000만달러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 표시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외화발행어음 등 저위험성 달러 상품 또한 투자자들의 요청에 특판을 거듭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 상품은 환율 하락에 따라 기대보다 적은 수익을 올리게 됐지만 대부분 약정된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어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지속적인 달러 강세 기조에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달러선물 ETF나 미국 주식·펀드 등에 추격매매를 감행한 투자자들이다. 달러선물 ETF에는 8월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은 이후에도 강달러를 예상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SEF미국달러선물’ ETF는 순자산총액이 8월 초 266억원에서 최근 410억원까지 늘었다. 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연초 이후 12%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등 달러선물 레버리지 ETF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3%대로 떨어졌고, 연초 이후 6%대 수익률을 보였던 ‘KOSEF미국달러선물’과 ‘KODEX 미국달러선물’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2%로 하락했다.
연초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을 맞아 3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던 미국 펀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31.91%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17%로 떨어지며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한화ARIRANG미국나스닥기술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도 연초 이후 36.13% 수익률에서 3개월 수익률은 -3.32%로 나타났다. 펀드 상품 중 환 노출형의 경우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욱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안정적인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안전 자산 위주의 달러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중 스몰딜, 노딜 브렉시트 우려 완화 및 각국 통화정책이 당분간 달러 약세를 견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자산매입은 명백한 중기적 달러 약세 전환 재료”라며 “만약 연준이 월 600억달러 규모로 꾸준히 자산을 매입한다면 내년 6월까지 10% 이상의 달러 약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서서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적정수준 대비 과도한 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추세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