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 '일시정지' 버튼 누를까

내일 FOMC서 0.25%P 인하 유력
美 제조업지표 이달 반등 전망 속
추가인하 중단 시사 여부에 관심
무역전쟁·유럽 경기둔화 우려에
모호한 표현으로 길 열어둘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추가 인하 중단을 시사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낮은 실업률과 견고한 고용을 바탕으로 연준이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없다는 뜻을 내비치리라는 전망이 많지만 미중 무역전쟁 및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에 모호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이코노미스트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75~2.00%에서 1.50~1.75%로 낮아진다. 시장정보 업체 마켓워치는 26일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0.25%포인트 하향 조정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월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후 금리조정과 관련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7월 파월 의장은 10여년 만에 금리를 내리면서 보험 성격의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고 밝혔다. 장기 연속적인 인하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판단인데, 시장에서는 지난달 10년래 최악이었던 미 제조업 지표가 이달 들어 반등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에 금리를 조정하면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토머스 코스터그 픽텟웰스매니지먼트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에 저항하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이번에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것을 끝으로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차 부분합의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리스크가 여전한데다 유럽 경기둔화도 크게 개선될 조짐이 없다. 퍼스트트러스트포트폴리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웨스부리는 “미국과 중국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유럽은 여전히 약하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때 제기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준이 ‘만약 필요하다면’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추가 금리 인하의 길을 열어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9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0.3% 감소하면서 미 경제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한두 달 추세를 더 봐야 하지만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꺾이면 미국 경제도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낮은 기대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최근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2.4%로 8월(2.5%)보다 떨어졌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것은 소비자가 앞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보고 소비를 뒤로 미룬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의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낮춘다. 문제는 낮은 물가상승률이 연준에서 금리를 내리게 되는 원인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미국의 개인물가 상승률은 1.4%로 목표치인 2%를 밑돈다.

이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향후 1~2회의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12월에 또 한 번의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며 “다른 이들은 내년에 한 번 이상의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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