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INSIDE] 거래소 해외IR 참석자 깜깜이 선정?…불명확한 기준에 코스닥 업체들 부글부글

거래소 통해 해외 투자자 만날 좋은 기회지만
선정 기준 모호하고 모회사·자회사 동시 참석도
라이징 스타 키우기 위한 거래소 노력 부족해 지적


한국거래소가 반기마다 진행하는 ‘코스닥 글로벌 IR 컨퍼런스’를 두고 코스닥 기업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행사 참석 기업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거래소는 “시가총액이나 외국인 지분율 등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모회사와 종속회사가 동시에 참석하는 등 업계에서는 ‘깜깜이 선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3~24일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서 ‘2019년 하반기 코스닥 글로벌 IR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글로벌 투자 수요 발굴을 위해 거래소가 주요 코스닥 상장 기업을 선정, 해외 투자자에 소개하는 자리다. 2016년 하반기부터 매년 2차례씩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외 IR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거래소 행사는 거래소와 코스닥협회 등이 행사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탄탄한 해외 투자자와의 관계도 만들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올 하반기에는 총 48곳의 기업이 신청했는데 10곳의 기업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행사 참석 선정 기준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명확한 기준 없이 구색만 갖췄다는 것이 이유다. 물론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코스닥을 대표하는 종목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5G 기술주(엔지켐생명과학(183490)(10.01%), 세틀뱅크(6.4%)처럼 한자릿수인 기업도 다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코스닥 상장 종목 중 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한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용 문제로 인해 행사에 참석하는 기업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해 중복 참여는 문제가 있다는 짖거이다. 2017년 하반기 18개사에서 올해 상반기 16개사, 올해 하반기에는 10개가 참여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시총 3,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기업들은 사내에 IR 담당자를 별도로 둘 형편이 안된다. 재무 담당이 IR도 맡는 경우가 많다. IR에 참여하면 다른 일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곳도 있다.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해외 IR을 못하는 곳들도 더러 있다. 거래소가 진행하는 행사에 더 다양한 기업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코스닥 시총 순으로 기업들을 보면 바이오 기업이나 사업 기대감만 있는 회사가 많다”며 “특히 회사가 커지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해 밸류가 큰 기업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알짜 기업을 찾아 해외 투자자들과 다리를 놔 새로운 라이징 스타를 찾는 것이 거래소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선정과 관련해 “기준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코스닥 시총 순으로 그룹을 나누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업 중심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산점 등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했고 앞으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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