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냉동 컨테이너 사망' 관련 베트남인 24인 실종 신고

빈곤층 베트남人 '브리티시 드림' 좇다 희생 가능성
베트남 중북부 응에안성, 하띤성에서 실종신고 접수

영국 경찰이 23일(현지시간) 에식스 주 그레이스에서 시신 39구가 발견된 대형 트럭 컨테이너를 살펴보고 있다. /그레이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사망사고와 관련해 베트남에서 24가구가 당국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오전 1시 40분께 영국 런던에서 동쪽으로 20마일(약 32km)가량 떨어진 잉글랜드 남동부 에식스주 그레이스의 워터글레이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담긴 화물 트럭의 냉동 컨테이너가 발견됐다. 애초 희생자들이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당수가 ‘브리티시 드림’을 좇던 베트남 출신 젊은이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현재 베트남의 24가구가 이번 비극으로 자녀가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에 실종신고를 했다. 모두 베트남 중북부 지역인 응에안성(14가구)과 하띤성(10가구)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냉동 컨테이너 비극이 세상에 알려지기 몇 시간 전 베트남에 있는 부모에게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낸 하띤성 출신 팜 티 짜 미 등의 가족이다.


가난한 농·어촌 지역인 응에안성과 하띤성은 꽝빈성과 더불어 베트남에서 선진국으로 밀입국하는 젊은이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응에안성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00달러(약 140만원)로 베트남 전체 평균의 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하띤성은 2016년 대만 회사인 ‘포모사 철강’이 페놀, 청산가리 등 독극물을 바다에 무단 방류하는 바람에 어족 자원이 고갈되고 관광산업이 몰락하는 등의 시련을 겪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더라도 영국을 포함한 유럽으로 밀입국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성공 스토리가 전해지고 “영국에 가면 월급으로 3,800달러(약 4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밀입국 알선조직의 달콤한 유혹이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긴다. 실종자 가족들은 영국으로 가는 밀입국 경로가 크게 두 가지라고 전했다.

중국과 동유럽 국가를 거치며 야간에 도보로 산을 타기도 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적발될 위험마저 높지만 비용이 저렴한 편인 ‘풀밭 루트’와 서유럽 국가를 경유하며 비교적 안전하지만 4만 달러(약 4,600만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VIP 루트’가 있다. 이번 냉동 컨테이너 비극은 VIP 루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입국 알선을 미끼로 돈만 받아 챙기는 조직도 활개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응에안성 경찰은 최근 2015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외국에 보내주겠다며 400여 명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아 챙겼지만, 한 명도 보내지 않은 조직을 적발했다고 현지 일간 뚜오이째가 보도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