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KB증권 리서치센터 미국주식 애널리스트
좋은 투자란 투하한 자본금 대비 높은 수익을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주주에게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투자의 방향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려면 강한 이익 성장을 기록하거나, 주주 환원을 시행해야 한다. 이익 성장은 높은 사업가치에서 기인하고, 주주 환원은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통해 가능하다.
이익 성장 관점에서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려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주당순자산가치(BPS) 증가율보다 높아야 한다. 주당순이익을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누면 자기자본이익률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2018년 연평균 기준, 주요 국가 (미국·신흥국·EAFE·중국·한국) 지수 중 12개월 선행 EPS가 BPS를 상회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2018년 기준, 미국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은 18.9%로 2005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 종합지수의 2018년 자기자본이익률은 9.4%로 2005년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두 번째는 주주 환원 (배당·자사주매입)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의 상승이다. 순이익 대비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얼마만큼 시행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로스 페이아웃 비율(Gross Payout Ratio ,배당과 자사주매입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를 활용하면 된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 연평균 기준 미국이 89.7%, 선진국 (미국 제외) 53.9%, 신흥국 34.8%, 한국 26.0%였다. 이는 각 국가의 기업들이 100억을 벌었을 경우, 미국은 90억을 주주에게 환원했고 한국은 26억을 환원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주주 환원율이 높은 이유는 미국은 철저한 주주 중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강한 이익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CEO는 주주 환원을 시행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CEO는 주주들의 반발로 경영을 이어갈 수 없다.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기업 중 이익성장과 주주 환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아마존(Amazon)과 홈디포(Home Depot)다. 아마존은 지난 2013년 이후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주주들의 반발이 없다. 아마존은 물류유통과 데이터 센터(AWS)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을 통해 강한 이익 성장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12개월 선행 3년 예상 연평균성장률(CAGR)은 50.6%에 달한다. 홈디포의 Gross Payout Ratio(2019년 10월 기준)는 144%나 된다. 배당과 자사주매입으로 사용된 금액이 순이익 전체를 넘어서고 있다. 홈디포는 이익 성장이 예전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주 환원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기업들은 성장을 지속하지 못할 경우 주주 환원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주가를 견인한다. 이는 주주를 진정한 기업의 주인으로 인식하는 주주 중심 환경에서 기인한 결과다. 과연 내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시장 또는 기업이 ROE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