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앞줄 왼쪽 다섯번째) 수원시장, 정원오(〃 여섯번째) 성동구청장, 서은숙(뒷줄 왼쪽 다섯번째) 부산 진구청장 등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복지대타협 국회 토론회’에서 토론회 개최를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장려금의 경우 1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1,000만원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지원이 중구난방이에요. 현금 지원이 저출산 해소를 위해 효율적인 정책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서은숙 부산 진구청장)
기초 지자체장들이 현금복지가 경쟁적으로 남발되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재정이 탄탄한 기초 지자체가 시혜성 현금 복지정책을 시행하면 국민 간의 복지가 차별화되고, 다른 지자체는 압박에 시달리면서 지자체 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인 기초연금 등 중앙정부의 정책 부담을 지자체에 분담하는 상황에서 현금복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복지대타협특위는 기초 지자체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는 현금복지가 지방자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앙정부·지자체 간 소관 복지정책의 기준을 정하고 현금복지의 실효성을 검토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7월 결성됐다. 복지대타협특위가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기초 지자체의 현금복지가 오히려 소득재분배는커녕 차별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유사 기초연금’ 논란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의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이하에게 모두 지급되는데 몇몇 기초 지자체들이 자체 재원으로 추가 수당을 더 얹어주는 것이다. 서울 중구는 올해 구비로만 156억원을 편성해 어르신 공로수당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현금복지는 수급자의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지만 가능한 지자체는 되는데 어떤 지자체는 힘들어서 못하고,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은 혜택을 더 못 받는 차별이 생긴다”며 “어떤 지자체는 기초연금에 돈을 더 얹고, 어떤 자치구는 예산도 편성하지 못해 대통령에게 호소한다”고 꼬집었다.
현금복지의 특성상 휘발성이 강해 여론의 압박에 시달린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 구청장은 “광역시 산하 기초 지자체의 경우에는 지역의 경계가 모호하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동에 따라서 관할하는 자치구가 다르다거나 도로만 넘어서면 다른 지자체가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복지 차별에 대한 민원을 듣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몇몇 기초 지자체에서는 ‘이곳에 이사를 오면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하도 많이 들어와 아예 ‘현금복지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동주민센터에 비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옆 기초 지자체에서 새로운 현금복지 정책을 시행하면 순식간에 “우리는 왜 받을 수 없느냐”는 민원 폭탄이 밀려드는 것이다. 서울시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요즈음 시민들은 국가 공무원보다 복지정책을 잘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초 지자체장들은 국민 전체에 적용되는 수당 성격의 복지는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시행하고 지자체는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도록 ‘복지 사무의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노인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중앙정부의 정책 비용을 지자체에 분담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지자체 특성에 맞는 복지정책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대타협특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은 “현재 중앙정부가 지방으로의 재정 이양을 위해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하고 있지만 기초 지자체 한 곳당 100억원의 세수만 늘어나는 등 체감 정도는 굉장히 낮다”며 “기초 정부의 역할은 사회안전망 확충, 지역 기반 돌봄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지만 중앙정부와 광역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쫓아가기만 해도 재정자립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