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의 3·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는 등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신규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한 전기차배터리(EVB) 등 대형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 정도에 따라 LG화학에 대한 전망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은 전거래일보다 0.17% 오른 30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5일에 이어 이틀 연속 주가가 올랐다. LG화학의 주가 오름세는 25일 발표한 3·4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LG화학의 3·4분기 영업이익은 3,803억원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3,006억원보다 26.5%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실적 발표 이전보다 더 낮췄다. KTB투자증권은 종전 46만원이었던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8.6% 내려 잡았고 BNK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기존 46만원에서 40만원으로 하향했다. 이들 증권사가 LG화학에 대해 이전보다 눈높이를 낮춘 것은 전지사업 부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의 본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부문은 업황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데다 정보소재사업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생명과학과 자회사인 팜한농 역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올 한 해 LG화학을 짓누르던 악재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상에 따라 전망이 갈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LG화학은 3·4분기 전지 부문 매출이 2조2,000억원으로 예상치를 밑돌았는데 유럽 공장에서의 출하가 더딘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국내 판매가 전혀 없었다. 4·4분기 이후 이런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목표치를 낮춘 증권사들은 이런 상황을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안나 BN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ESS 화재로 4·4분기에도 국내 ESS 매출은 회복되기 어렵고 폴란드 공장의 수익성 저하로 전지사업 부문에 대한 불확실성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3·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돈 것은 실적 악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던 ESS 사고 충당금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돈 것은 예상했던 ESS 충당금이 미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충당금은 4·4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마다 세부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가 존재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적과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대부분 증권사가 LG화학에 대한 기대를 이전과 다름없이 유지하는 모습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모멘텀이 강할 것”이라며 “현재 고품질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LG화학 등 일부에 불과하며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