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종환, “‘타인은 지옥이다’ 엔딩요정..어머니 전화로 체감"

'누군가 지켜보는 배우' 될 것

“엔딩요정이라 불러주시니 짜릿하더라”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 출연한 배우 박종환은 1회 방송부터 엔딩요정이라 불렀다. ‘키 키’ 소름 돋을 정도로 기괴하게 웃는 원작 속 모습이 그대로 TV안에서 살아움직였다.

1회 엔딩에서 변득종이 사실 변득수와 쌍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선사했다. 1회 방송이 나간 뒤, 그 누구보다 가장 기뻐했던 이는 바로 박종환의 어머니였다. 5분 있다가 아들에게 전화를 한 어머니는 ‘기쁨’이 꿈만 같아서, 끊고 나서 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박종환은 “무엇보다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네가 주인공이냐’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고 털어놨다.

‘키위’의 안방극장 점령은 그렇게 시작됐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상경한 청년이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를 그리는 드라마. 박종환이 맡은 변득종 역할은 원작 웹툰에서 ‘키위’라는 애칭을 얻으며 원작 웹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사진=양문숙 기자

/사진=플럼액터스

박종환은 극중에서 에덴고시원 306호 변득종, 변득수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심하게 더듬는 말에 기괴한 웃음소리란 특징은 원작에 있는 캐릭터지만 그의 쌍둥이 형제 변득수 캐릭터는 새롭게 설정됐다. 하나의 캐릭터를 다시 1인 2역으로 쪼개서 연기하는 건 베테랑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박종환은 “변득수 캐릭터는 원작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인물이라고 봤다. 원작 인물의 양면성을 변득종-변득수 둘로 빼놓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두 인물이 아닐 뿐이지 아예 없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원작인물을 둘로 나눠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말 더듬고 기괴하게 웃는 변득종이라는 인물은 웹툰에서 명확하게 소개된 것 같고 반대 지점에 있는 변득수라는 인물은 냉소적이고 잘 웃지 않고 무표정이고 이런 것들이 있다. 변득수는 냉소적인 (에덴 고시원)인물들과 겹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잘 피해서 하려 했다.”


두 인물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장면은 중간 중간 대역이 있긴 했지만, 주로 박종환 혼자 옷을 바꿔입으며 촬영을 했다. 그는 “혼자 연기하는 건 처음 해봤는데, 한 인물에 몰입하다보면 많이 어색하고 헷갈릴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변득종의 특별한 행동들은 단지 바보 같은 인물이어서가 아니었다. 기괴한 웃음소리와 말을 더듬는 설정에 대해서 그는 “변득종이란 사람의 생존본능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난감한 상황을 좀 더 넘어가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부분이 쌓여서 자기도 모르게 생긴 습관, 체화된 느낌이라 생각했다”고 인물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2009년 영화 ‘보통소년’으로 데뷔한 그는 ‘잉투기’, ‘서울연애’, ‘밤치기’, ‘얼굴들’ 등 독립영화로 관객을 만나 온 10년차 배우다. 상업영화 ‘베테랑’, ‘검사외전’, ‘양치기들’, ‘가려진 시간’, ’원라인’, ‘생일’ 등에도 자주 얼굴을 비쳐 이름은 정확히 모를지라도 그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사진=양문숙 기자

/사진=플럼액터스

대중적 인지도를 안긴 ‘타인은 지옥이다’는 박종환에게 “숙제를 하나 끝낸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키위’라고 부른단다. 대중과 거리를 좁히고자 했던 배우의 목표와 노력은 빛을 말했다. 이어 ”제가 씩 웃으면 못 오시더라. (키위의 기괴한 느낌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아차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타인은 지옥이다’가 배우 개인에게 특별한 점은 ‘역동성’과 ‘노동성’을 체험하게 한 인물과 한 몸이 됐다는 점. 그는 “예전에 했던 역할들은 수동적이거나 배회하는 인물이었는데 이번에는 적극적이고 에너지 있는 캐릭터였다. 이 인물을 연기했던 것만으로도 역동성과 노동성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 “적극적인 표현을 하는 게 숙제였는데, 잘 한 것 같고 잘 마친 느낌이다.”고 자평했다.

박종환은 “누군가 지켜보는 배우, 함부로 할 수 없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는 친숙함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이자면 ‘누군가 지켜보는 배우’란 수식어는 인터뷰를 먼저 끝낸 임시완이 그를 인터뷰 실 문 앞에서 조용히 지켜본 것을 보고 , 순간적인 위트로 말한 답변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