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도 檢수사 받는다

"與 민주연구원 보고서 배포 지시"
한변, 민갑룡 직권남용 혐의 고발

민갑룡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청 간부회의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검찰에 직권남용으로 고발됐다. 패스트트랙 사건에 연루된 여야 의원, 정권 핵심인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12만 경찰조직의 수장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9일 민 청장을 국가공무원법·경찰공무원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 청장이 특정 정당의 보고서를 경찰조직에 배포에 경찰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경찰을 정치조직화했다는 주장이다.


민 청장이 일독을 권유한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검찰-법원개혁 함께 추진할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에는 “검찰·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남발해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했고 검찰·법원을 포함한 한국 ‘관료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주장이 담겼다. ‘법률 개정 없이 가능한 검찰개혁 방안 즉각 시행해야’라는 제목의 또 다른 보고서에는 법무부를 탈검찰화하고 검찰의 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등 검찰에 대한 비입법적 수단을 통한 통제를 강화할 것을 권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변 측은 “민 청장은 지난 11일 경찰청 간부회의에서 민주연구원 보고서 2건을 경찰청 내 모든 부서에 배포하게 했으며 ‘전 직원에게 전파해주시고 모든 국장·과장·계장급 이상은 필독해달라’고 지시했다”며 “경찰청장이 집권여당의 정책보고서를 개인의 자격이 아닌 청장의 지위에서 내부에 배포하고 일독 권유를 지시한 것은 경찰이 집권여당의 충견이며 정치경찰임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 청장의 직권남용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심각한 법치 파괴 행동”이라며 “법치주의가 더 이상 유린돼서는 안 된다는 충정으로 민 청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민 청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수사권 조정과 사법개혁, 경찰 수사 개혁과 관련해 지휘부나 관련 있는 책임자·당사자라면 여러 자료로 공부하라고 하면서 (읽어보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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