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에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 합격한 김의천씨. /오승현기자
“나이 오십 넘어 뒤늦게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주어진 일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55세의 나이로 올해 서울시 9급 공무원 공채에 합격한 늦깎이 공무원 김의천(사진)씨의 포부다. 그는 올해 교육을 거쳐 내년에 임용될 예정이다. 공무원 정년이 60세인 점을 감안하면 김씨가 앞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약 5년 정도에 불과하다.
늦은 나이에 입사하는 만큼 아쉬움이 클 만도 하지만 그는 남다른 각오를 나타냈다. 김씨는 “친구들은 이제 퇴직을 준비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며 “남은 근무 기간에 신경 쓰지 않겠다. 이제 신입이니 주어진 업무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시민들에게 봉사할 것”이라는 의지를 전했다. 부인과 자녀 둘을 둔 그는 관광버스를 몰다가 안정적인 직장을 고민하던 중 지난해 여름부터 공무원시험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낮에는 버스 운전을 해야 하기에 학원을 다닐 여건이 안 됐다. 대신 밤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홀로 주경야독했다.
“EBS와 사설 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동네 구민회관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독서실에 가면 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모두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더군요. 머리 좋은 젊은이들과의 경쟁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할 수 있다’는 신념이 더 앞섰습니다.”
그가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자 어머니와 부인이 가장 기뻐했고 직장에 다니는 딸과 대학생인 아들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장사·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며 “이제는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다니게 되니 친구들도 엄지를 치켜세우는데 뒤늦게 도전했던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무원을 비롯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나름대로 열심히들 준비하고 있을 텐데 내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면서도 “효율적인 공부도 필요하지만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신념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공무원시험 공부를 할 때 물론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일을 할 때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했는데 공부 역시 책을 보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했던 게 좋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