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 악순환 빠진 아르헨 반면교사로 삼아라

27일(현지시간) 실시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포퓰리즘으로 민심을 자극한 중도좌파연합이 4년 만에 다시 집권했다. 2003년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이어 연임에 성공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자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부활했다.


아르헨티나는 12년의 부부 대통령 시절 대중영합주의 정책에 멍들었다. 우체국과 철도·항공사를 국영화하고 공무원을 늘리는 등 세금을 통한 일자리와 무상복지 정책을 펼쳤다. 포퓰리즘의 대명사인 페론주의가 살아나며 한때 세계 7위의 경제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늘어난 부채와 고물가의 수렁에서 허덕였다. 우파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포퓰리즘 퇴치를 걸고 정권을 잡았지만 때는 늦었고, 결국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고기 잡는 법은 배우지 않고 나눠주는 생선에만 길들여진 국민들은 긴축을 못 견디고 페론주의의 솜사탕을 다시 찾았다.

아르헨티나의 모습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떠올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 다른 정권에서 손을 대지 못한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을 추진했다. 목표는 허무하게 좌초됐고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구조개혁 대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것은 재정확대와 무상복지였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경쟁하듯 세금을 통해 단기 일자리와 현금복지를 뿌리고 있다. 29일자 본지보도에 따르면 올해 예산 집행을 계획 대비 절반도 못한 264개 사업의 평균 집행률이 38%인데 내년 예산은 13%가 되레 늘었다. 쓰지도 못할 돈을 따내고 보자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재정이 경제를 살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외치니 나라 전체가 재정중독에 빠진 모습이다.

문제는 다음 정권이 후유증을 어떻게 감내할지다. 복지의 단맛을 언젠가는 끊어야 할 텐데 헬리콥터식 무상 시리즈에 익숙해진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번 준 사탕은 못 빼앗는다’는 아르헨티나의 대선 결과를 현 정부가 조금이라도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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