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정판으로 새로이 출간된 데뷔작 <방과 후>부터 시작해서 <기도의 막이 내릴 때까지>를 비롯한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그러나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원 미스터리물은 단 두 작품밖에 없다. 바로 데뷔작 <방과 후>와 <동급생>이다.
<동급생>의 주인공 니시하라 소이치는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혐오한다. 실제로 등장하는 어른들은 하나같이 미덥지 못하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교사들은 아이들을 통제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촘촘히 짜인 추리소설의 얼개 속에서 고등학생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단순한 흥미 위주가 아닌 학교와 어른들의 비겁한 형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판이 된 이후에도 이 책은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를 통해 청소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도 이 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는데, 작가의 다른 저작과는 달리 <동급생>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작가의 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초등학생 때부터 교사를 아주 싫어했다. 왠지는 모르지만 이런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위세를 떠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미움을 받을 차례가 되었다. ”고 털어놨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신을 차리니 고슴도치의 바늘 끝도 상당히 무뎌졌다. 그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씁쓸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소설을 썼다. 본격 학원 추리는 데뷔작인 《방과 후》 이후 두 번째이다. 솔직히 말해 아주 고생했다. 너무 고생해서 처음으로 후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고 고백했다.
<동급생>은 11월 6일부터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