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FOCUS] 현대重도 ‘하차 선언’…한국야쿠르트 로봇사업 부진 이어지나

보호예수기간 끝나자 큐렉소 지분 전량 처분
2년 투자했지만 14억 거둬…양사 콜풋옵션도 포기
2대주주 나가자 시장에선 성장성 의문 제기
美계열사 씽크서지컬 또 손실…장부가 절반으로 '뚝'

큐렉소
한국야쿠르트가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의료 로봇 사업에 ‘2대주주’로 참여했던 한국조선해양(009540)(전 현대중공업)이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보호예수가 풀리자마자 바로 처분하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야쿠르트의 의료기기 사업 투자가 결실을 맺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큐렉소 는 올해도 미국 자회사 부진으로 인한 지분법 손실 규모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전 현대중공업)은 한국야쿠르트의 자회사 큐렉소 지분 전량(196만주)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큐렉소 지분율 5.9%에 이르는 규모다. 한국조선해양이 이번 매각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총 124억원이다. 2년 전 큐렉소 에 110억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조선해양이 거둔 이익은 14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야쿠르트 측과 사전에 협의한 2년의 보호예수기간이 풀리자마자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 2대주주가 빠져나가자 시장에선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이 2대주주로서 큐렉소 와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었던만큼 이번 지분 매각은 큐렉소 의 성장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큐렉소 는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제조설비와 병원 네트워크와 같은 사업인프라와 의료로봇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하며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조선해양이 큐렉소 에 2대주주로 참여하게 된 배경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현대중공업은 큐렉소 에 의료용 로봇 사업과 관련한 111억원 규모 자산을 현물 출자 형태로 넘겼다. 당초 현대중공업 의료용 로봇 사업은 지주사가 되는 현대로보틱스로 이관될 예정이었지만 현대중공업은 한국야쿠르트와 합작 투자하는 형태로 방향을 바꿨다.


한국야쿠르트가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든 지 10년이 돼 가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현대중공업그룹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추가로 투자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따른다. 큐렉소 는 지난해 294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는 등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씽크서지컬(Think Surgical) 인수에 실패한 것도 회사의 발목 잡고 있다. 큐렉소 가 2014년 씽크서지컬을 인수한 이후 매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씽크서지컬의 장부가를 71억원으로 평가했다. 씽크서지컬의 취득가는 577억원인데 이에 5분의 1도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큐렉소 지분을 대상으로 2020년 9월까지 활용할 수 있는 콜·풋옵션 계약도 있었지만 양측 모두 활용하지 않았다. 한국야쿠르트가 추가로 큐렉소 지분을 되사갈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야쿠르트에 지분을 주당 5,642원에 팔 수 있는 권리가, 한국야쿠르트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주당 7,335원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최근 큐렉소 의 주가는 5,350원~7,850원을 오갔는데 한국조선해양은 중간 지점인 주당 6,328원에 지분을 처분했다. 큐렉소 측은 “양측의 콜·풋옵션은 강제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최근 주가가 적정선에 머물러 옵션을 포기하고 지분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2대 주주가 빠져나가면서 한국야쿠르트 측은 주가 부양에 힘쓰는 모습이다. 최근 씽크서지컬은 미국 ‘컨퍼미스’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해 재무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