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해법은 이민?" 캡틴 아메리카 후임으로 흑인 팔콘이 된 이유 [썸오리지널스]


캡틴 아메리카는 평범한 일반인의 삶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뒤를 이을 차세대 캡틴으로 흑인인 팔콘을 지목했습니다. ‘백인 우월주의’가 강한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정말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죠. 사실 이런 흐름은 미국 문화계 전반에 퍼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덴마크의 동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 영화 주인공으로 흑인인 할리 베일리가 낙점된 바 있습니다.

미국이 이민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문화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캡틴 아메리카가 한국인이고 후계자로 이민자 혹은 다문화 출신을 발탁한다면 말입니다.

■추락하는 출산율과 줄어드는 인구… 전 세계가 ‘이민’을 고민하는 이유

미국과 같은 서구권 국가들이 여러 인종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려는 이유는 바로 인구 감소 때문입니다. 그들은 일찌감치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자 유입을 택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출산율이 급감하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어쨌건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전 세계 201개국 합계출산율 평균은 2.47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40년 전 4.47명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 사이에 44.8%나 감소한 것입니다.

이처럼 출생률은 세계 모든 곳에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출생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최빈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감소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도시화 때문이죠.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자녀들이 곧 노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화 이후 자식들은 더 이상 농장에서 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부모 입장에선 도시 속에서 자녀를 키우면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식이 경제적 부채로 느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가 도시화의 추세로 접어들고 있는 이상 출생률의 감소는 당연한 수순인거죠. 물론 출생률 감소의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긴 하겠지만 단순히 출생률만 높이겠다는 정책은 인구절벽의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보다 먼저 출생률 감소를 겪고, 인구 감소를 눈앞에 둔 선진국들이 택한 대책은 이민자 유입이었습니다. 유럽과 북미권은 일찌감치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넥스트 ‘캡틴 아메리카’를 이민자 출신 흑인인 팔콘으로 선정하는데 이른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자국 문화에 끌어들이는 것이 인구절벽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계산 때문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대륙이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지난 20년 간 인구가 감소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또 2015년 국제이민보고서는 2020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의 유일한 인구증가 동인이 이민이 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극우세력이 집권하면서 반이민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합니다. 난민을 무차별하게 받아들인 탓에 이민자와 비이민자 간의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상 초유의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반이민이 대세가 되었으니 출산율 높이기에만 신경 써야 할까요? 물론 출산율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산율 감소가 세계적인 추세라면 다른 대안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앞서 이민자가 성공적으로 유입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정책을 비교하면서 우리의 이민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폐쇄적인 한국의 이민문화… 10명 중 6명 “외국인 노동자 받아들이기 어려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기 위해선 우선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을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가 정상적으로 정착하기에 폐쇄적인 시스템입니다.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분야에서 다 배제된 상태죠. 게다가 대부분의 외국인 이민자가 단순 인력과 결혼이민자인데, 이들이 낳은 자녀들, 그러니까 다문화 2세의 취학률이 저조해서 잠재적 빈곤층이 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이는 결국 사회통합 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2018년 ‘다문화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61.1%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한민국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이유로는 경제적 비용, 문화적 갈등, 사회 범죄로 인한 분열, 그리고 국가 결속력 저하 등이 꼽혔습니다. 최근에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나 조선족 범죄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더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고 유럽 일부 국가들도 난민 범죄로 몸살을 앓으면서 반이민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이민자들에 대한 생각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 노동 부족 메우고 새 일자리 창출한 미국·캐나다의 이민자들

우선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미국 국립과학 공학 의학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합법적인 이민자들은 고도의 숙련노동 부족을 메우고 기업가적 추진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원주민 간의 경쟁은 거의 없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미국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서 경제를 더 성장시키고 이민자뿐만 아니라 원주민도 더 잘 살게 만든 것입니다. 합법적인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돈을 번다면 그들은 아주 착실한 납세자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보다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인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캐나다 인구의 20%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들입니다. 미국이 캐나다 수준의 이민자를 수용하려면 현재 수준의 3배에 달하는 이민자를 수용해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캐나다가 이렇게 많은 이민자를 받은 이유는 그들이 이민자들로부터 얻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민자 덕분에 캐나다의 인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진행 속도도 더딘 편입니다. 캐나다 이민자의 평균 연령이 일반 캐나다인의 평균 연령보다 7살 어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구만 늘어난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그들이 얼마나 캐나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또 여러 문화가 섞이는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캐나다의 이민자들은 평균적으로 캐나다 본토박이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습니다. 이들은 캐나다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해외 이민자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캐나다 토론토 시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6위에 올랐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은 8위에 그쳤죠.

주목할 점은 인구의 20%가 이주민인 캐나다가 난민에겐 굉장히 인색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캐나다가 1년에 받는 이민자 중의 10%만이 난민 출신이었습니다. 난민을 이민자로 받아들일 때조차도 그들이 캐나다의 경제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가 기준이었습니다.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나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난민을 받아들였던 다른 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이기적인 이유로 난민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덕분에 캐나다는 무사히 난민들을 흡수할 수 있었고, 캐나다에 정착한 난민은 충실히 캐나다 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이민에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대표적인 유럽 국가인 헝가리는 난민 사태 당시 다른 유럽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받아들인 난민 수의 7배에 달하는 숫자를 수용했습니다. 무분별한 난민 수용은 부작용이 심각했고, 결국 국경에 레이저 철선 장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귀결됐습니다.

외국인 기피 심한 일본도 이민자 적극 유입…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렇다면 우리의 인구정책은 어때야 할까요? 물론 기형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끌어 올릴 방법도 찾아야겠지만, 또 다른 대책인 이민자 유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엔 이민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아직 미비한 상황입니다.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해선 숙련기능 인력 유입 등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기적인 이민 정책’을 얼른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미 들어와 있는 이민가정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우리보다 외국인 기피가 심했던 일본도 인구절벽을 앞두고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민족주의는 우리만큼, 아니 우리보다 더 심해서 최근까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민 정책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력은 일손이 부족한 단순노동력을 단기적으로 충당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가 지속하고, 일손 부족은 더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일본은 노동력 감소로 인해 지방도시나 산업, 기업이 소멸하지 않도록 지난 4월 1일부터 신출입국 관리법을 시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노동력뿐만 아니라 일반 스킬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이민에 준하는 수준의 취업 비자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반 이민론자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저출산이 일본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우리도 더 똑똑한 정책을 얼른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어렸을 적 ‘대한민국은 한민족 국가’라고 배우고 자란 우리에게 이민은 아직 먼 이야기로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민 정책을 잘 만들어 놔야 팔콘 같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는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전 편 이어보기:

1편 ‘90년대생 왜그러냐고?’ X세대와 비교해봤다 (feat.밀레니얼에 대하여)

2편 “한국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저출산 문제, 어떻게 풀어야할까

3편‘장수국 or 노인국?’ 한국이 전세계서 가장 빨리 늙는 이유(고령화 원인·해법 총정리)


※고령화, 저출산, 이민정책. 복잡한 인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방법은 없을까요.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타노스라는 악당이 등장합니다. 그는 우주의 인구가 당장 절반으로 줄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죠. 결국 영화 속에서 타노스는 손가락 한 번 튕겨 세상 인구 절반을 쓸어버립니다. 잔인한 발상이긴 하지만,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지구엔 그에 버금가는 해결책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한국의 인구는 늘고 있는데 정부는 연일 저출산을 걱정합니다. 왜냐고요. 인구 문제의 핵심이 ‘인구 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안 태어나고 기대 수명은 늘다 보니 한국 인구는 계속 늙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고령화 속도 1위도 우리나라가 차지했죠. 타노스의 생각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인구를 절반으로 날려버려도 연령별 인구 그래프 모양은 똑같으니까요. 그럼 아이만 많이 낳으면 문제가 다 해결될까요. 출산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썸오리지널스가 세상 복잡한 인구 문제를 어벤저스 주인공들에 빗대어 들여다봤습니다.[편집자 주]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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