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1년 가까이 검토하던 타다 투자를 끝내 접었다. 투자 규모로 2,000억원에서 3,000억원이 거론됐지만 택시업계와 정치권, 정부부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타다는 쿠팡에 이어 비전펀드의 두 번째 투자 기업이 될 뻔했지만 규제에 막혀 무산됐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전펀드가 검토 중이던 타다 투자를 지난 8월 중단했다. 택시업계와 정치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본업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투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펀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타다 투자를 심도 있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거론됐던 타다의 기업가치는 1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투자 규모는 2,000억원에서 3,000억원이었다. 올해 초 타다는 시리즈E 투자 유치 당시 이미 8,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비전펀드의 투자에 이어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기존 주주 SK(034730) 또한 추가 투자에 나섰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계획대로 투자가 집행됐다면 타다는 비전펀드에서 투자 받은 두 번째 기업이 됐다. 지금까지 비전펀드에서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은 쿠팡이 유일하다.
소프트뱅크는 타다가 국내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분석된다. 타다는 지난 7일 1,400대인 운행 대수를 내년 말까지 1만대로 7배 넘게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나 ‘공유경제’는 손정의의 핵심 투자 키워드다. 소프트뱅크는 일찍이 타다식 공유 모빌리티 시초 격인 우버와 그랩에 대규모 금액을 베팅해왔다.
비전펀드의 투자 검토가 중단된 시기는 타다 사업이 기로에 섰던 때다. 타다 이용자수가 100만명이 넘어선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타다’식 운행을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하는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렌터카와 택시기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운전기사에 대한 내용 자체를 제외했으며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 대 당 월 40만원의 기여금과 차 구입비를 내도록 규정했다. 표면적으로는 타다의 운송사업이 합법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기존 택시 사업과 별 다른 차별점이 없어진 셈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단계별 성장 계획 역시 수정이 불가피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타다를 아예 금지시키는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훈)는 타다를 렌터가 업체가 아닌 불법 택시업체로 판단해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양벌 규정에 따라 쏘카와 VCNC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기관도 규제의 장벽 앞에서 결국 투자를 포기한 셈”이라면서 “2~3차 투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김기정·박호현기자 about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