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장관 김종갑 사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한국전력이 한시적으로 적용해온 각종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에 대한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경영 부담이 가중되면서 1조원 대 특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김종갑 한전 사장의 발언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불가’ 통보를 한 셈이다.
성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특례할인제도의 도입 취지와 효과에 대해 검토가 선행된 뒤 다음 조치가 검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장관은 특례 개편을 두고 한전과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지난 7월 한전이 공시한 대로 필수사용량 공제제도 개선과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이 두 가지 사안 이외에 한전 사장이 언급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협의한 바 없다”고 했다.
앞서 김종갑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며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할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등 1조1,000억원대 특례를 원칙적으로 모두 없애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성 장관의 발언은 김 사장의 ‘돌출 발언’이 알려진 후 정부 내 불쾌한 기류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례 할인 중 공기업으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의무도 있는 만큼 김 사징의 일괄 폐지 주장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특례 할인을 놓고 한전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번도 없다”며 “김 사장이 전기료 인상을 부추기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향후 예정된 전기료 개편을 놓고 정부와 한전이 기 싸움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전은 다음 달 말까지 자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산업용 경부하 요금(심야시간대 할인 요금)과 농업용 할인 요금 조정, 연료비 연동제 실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모두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례 할인을 모두 폐지한다는 것은 공기업의 속성에 비춰봤을 때 설득력이 없는 얘기”라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개편이 유야무야 흘러갈 수 있으니 김 사장이 과감하게 치고 나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 김 사장은 정부가 사실상 공개를 막아온 전기요금 용도별 원가를 밝히는 방안도 밝히는 등 정부를 향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는“ 현재 총괄원가만 공개하던 것에서 주택용·산업용 등 용도별로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정부와 용도별 요금 원가 공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야단을 맞더라도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