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지난 29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분양가가 저렴해지면 주변 집값이 이에 따라 안정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던 공공택지 아파트를 보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됐음에도 웃돈이 붙어 시세에 키를 맞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억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가를 낮춰 소비자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6개월 안에 시세에 맞춰 가격이 회복한다”며 “전매제한 등을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는 있지만 부동산이라는 재화는 하방 경직성이 강한 특성이 있어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상한제 공공택지, 웃돈 보니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성남 중원구 금광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금빛그랑메종’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11일 6억 5,749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성남 중원구 중앙동 ‘신흥역하늘채랜더스원’ 전용 74㎡ 입주권 또한 지난 16일 6억 5,711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들은 성남 구도심 재개발에 따른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 아파트다.


신흥역하늘채랜더스원은 3.3㎡ 당 평균 1,900만원대에, e편한세상금빛그랑메종은 평균 1,860만원대에 일반분양가가 책정됐다. 최근 거래가와 비교해보면 이들 단지는 분양한 지 반 년도 채 안 돼 7,000만~1억원 가까운 웃돈이 붙은 셈이다.

지난 3월 수원시 팔달구에서 공급된 ‘수원역푸르지오자이’ 또한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로 상한제가 적용됐다. 3.3㎡ 당 평균 1,250만원대에 일반분양됐다. 이 단지 전용 74㎡ 분양권은 지난 7월 5억 4,050만원에 손바뀜돼 일반분양가(3억 9,190만원)와 비교했을 때 약 1억 5,000만원 가량 올랐다. 해당 단지는 원주민 분양권의 경우 1회에 한해 전매할 수 있도록 했다.

◇ 상한제 공공주택, 경쟁률도 껑충 = 시세차익에 상한제 공공주택의 청약 과열도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청약 열기가 꺾인 올 1·4분기에도 수원역푸르지오자이는 평균 37대 2,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분양한 ‘다산신도시자연앤자이’는 평균 5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공택지인 과천 지식정보타운 또한 분양을 앞두고 청약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면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릴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공공분양 사례를 봐도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내리기는커녕 주변 단지 가격과 키 맞추기에 들어가면서 ‘로또 청약’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낮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하향 안정화 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시차만 차이가 있을 뿐 주변 시세를 따라가게 된다”고 말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