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조용훈(왼쪽) 교수와 송현규 박사과정생.
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100배 얇은 육각형 반도체 막대 구조를 이용해 극저온에서만 형성이 가능했던 빛과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양자 입자(엑시톤-폴라리톤)를 응축하고 이의 운동량을 상온에서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고효율의 비선형 광소자부터 양자 광소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는 송현규 박사과정생)이 국제학술지 ‘옵티카’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빛이 반도체 내부의 엑시톤과 오랜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성립되면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빛과 물질이 지닌 장점을 동시에 갖는 제3의 양자 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이 생성된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거울 구조 대신 질화물 반도체 기반의 3차원 구조인 육각형 마이크로 막대 구조를 이용했다. 내부 전반사의 원리로 균일하면서도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빛의 모드와 엑시톤의 강한 상호작용으로 상온에서도 엑시톤-폴라리톤을 생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엑시톤-폴라리톤은 빛으로부터 얻은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질량이 전자보다 10만배, 원자보다 10억배 가볍다. 기존 원자를 이용하면 절대영도(영하 273도) 근처에서 에너지가 낮은 하나의 바닥 상태를 모든 입자가 공유해서 마치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하는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이 관측된다. 질화물 반도체에서 엑시톤-폴라리톤 입자를 형성해 이러한 응축 현상이 상온에서도 생성될 수 있다는 것도 검증했다.
엑시톤으로부터 얻은 고유 특성으로 기존의 빛과는 다르게 엑시톤-폴라리톤 입자 서로 간의 밀어내는 힘인 척력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레이저 광학 시스템을 이용해 엑시톤-폴라리톤의 포텐셜 에너지와 이의 경사도를 조절해 엑시톤-폴라리톤 응축 현상의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구동 전류가 10배 이상 낮은 엑시톤-폴라리톤 기반의 신개념 레이저, 비선형 광소자와 같은 고전적인 광소자뿐만 아니라 초유체 기반의 집적회로, 양자 시뮬레이터와 같은 양자광소자에 응용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작동이 가능한 다양한 양자 광소자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