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영준·이준우 교수팀이 심한 허리통증 등으로 2017년 정형외과·신경외과에서 척추주사 의뢰한 2,824명 가운데 통증척도가 10점 만점에 10점이고, 허리뼈가 통증의 원인이고,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이 있는 381명(평균 67세)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방사선학’(Neuroradiology)에 발표됐다.
이준우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극심한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척추주사’를 놓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이들의 통증 원인은 척추관협착증이 58.3%(222명)로 가장 많았고 허리 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24.7%(94명), 척추후관절 퇴행성관절염 12.9%(49명), ‘꼬부랑 할머니’의 주요 원인인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3.7%(14명), 기타 0.5%(2명) 순이었다. 35세 미만 연령층은 모두 허리 디스크가 통증의 원인이었고 50세 이상에선 척수관협착증이 가장 흔했다. 척추압박골절 환자는 모두 65세 이상이었다.
381명 중 44%(168명)는 척추주사 후 통증척도가 7점 이하로 30% 이상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통증이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8점 안팎)보다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척추주사에 잘 반응하는 환자들의 6개월 내 척추수술률은 5.8%였다. 이는 통증척도가 3점(30%) 미만 낮아진 환자들의 6개월 내 수술률 16.8%의 3분의1 수준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척추주사가 극도의 허리통증(요통)·좌골신경통 환자에서도 통증과 수술률을 낮출 수 있는 좋은 요법 중 하나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영준 교수는 “다리 힘·감각이 없어지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기는 등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본인부담이 적은) 척추주사 요법으로 통증 경감을 시도하는 게 비용효과적이고 불필요한 수술을 피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적잖은 병원에서는 허리통증 등이 극심한 환자에게 수술이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을 권하는 실정이다.
여유공간이 있고 척수가 희고 선명하게 보이는 정상적인 척추관(왼쪽 3개 화살표 안), 척수가 잘 보이지 않고 심하게 좁아져 있는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척추관(오른쪽)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이 교수는 이어 “극심한 허리통증과 좌골신경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척추주사를 맞으면 70%가량은 통증이 상당히 완화돼 수술을 안 해도 되지만 30%는 반응이 떨어져 바로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곤 했는데 이번 연구결과 6개월 안에 수술을 받은 환자의 비율이 실제로는 통증척도 10점 환자라 하더라도 5.8~16.8%로 5분의1~2분의1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척추주사는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이 원인이면 척수를 둘러싼 3겹의 막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경막과 척추관 사이(경막외 공간), 척수에서 척수신경이 빠져나가는 척추 사이의 뒤쪽 구멍(추간공)등을 통해 가는 바늘을 찔러 스테로이드와 마취제를 함께 주사한다. 척추후관절 퇴행성관절염이 원인이면 후관절 안에 주사한다. 이 때 조영제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며 바늘과 약물 주입 위치를 확인한다.
좌골신경통은 4~5번 허리뼈와 1~3번 엉치척추뼈(천추)의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뿌리들이 모여 좌골(궁둥뼈) 안쪽을 지나 다리로 내려가는 좌골신경(궁둥신경)에 발생한 압박·손상·염증 등으로 인해 엉덩이·대퇴부·종아리·발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을 말한다. 허리 디스크, 척추관협착증이 주된 원인이다. 허리통증 환자의 10명 중 1명은 좌골신경통이 함께 나타난다. 좌골신경은 말초신경으로 몸 전체에서 가장 길고 굵다.
한편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뇌에서 척추를 따라 내려뻗은 중추신경인 척수가 위치한 척추관, 척수에서 척수신경이 빠져나가는 추간공이 염증 등으로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한다.
허리 디스크는 대부분 5개의 허리뼈 중 아래쪽(3번 이하)에서 발생했다. 허리 디스크는 척추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쿠션 역할을 하는 젤리 같은 구조물인 디스크가 무리한 힘에 의해 돌출되는 질환으로 무리한 작업, 운동 부족, 나쁜 자세 등이 원인이다. 대부분의 젊은 허리 디스크 환자들은 수술을 받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호전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고 척추 강화 운동,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동작에서만 허리가 아프고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완화된다면 단순 염좌·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