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0주년]"인류사회에 기여"…JY 100년 기업 동반성장 승부수

■기술 추종자에서 퍼스트 무버로
"함께 나누고 건전 생태계 조성"
이재용 '사회적 책임' 가치 강조
SW인재 양성·일자리 창출 등
'상생' 주력 글로벌 넘버원 도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그리고 디스플레이 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일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총 13조1,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초격차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미래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상생 등 새로운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오는 11월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에 나선다. 변화의 핵심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상생과 사회공헌, 사회적 난제 해결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목표 아래 달려왔다. 50년의 노력 끝에 삼성전자는 세계 1등 제품과 서비스를 대거 내놓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도약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공개하고 5G·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화두로 사회적 책임 강화를 들고 나왔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게 저의 개인적인 믿음”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은 삼성전자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도 이미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년간 180조원’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2018년부터 5년간 1만명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13년에는 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10년간 모두 1조5,000억원을 연구개발에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초기술·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지만 실패 위험이 크고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아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012년부터는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들을 위한 드림클래스를 시작해 교육격차 해소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기초기술 연구, 교육격차 해소 등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난제”라면서 “이런 활동은 제품과 서비스를 뛰어넘는 더 큰 차원의 공헌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새로운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삼성과 일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의 원인이 됐던 사안들에 대한 해결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중재 판정 이해 합의 협약식’을 열고 11년간 계속돼왔던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최종 마무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 500억원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고 내부 안전보건 시스템도 강화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삼성전자 제품의 수리와 상담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 8,7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11월에 협상을 끝낸 바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4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9월에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까지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었다.

삼성이 영위하는 사업군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방산과 화학 등 이익이 나는 사업도 과감히 재편해 주력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살아남으려면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열정과 자신이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경영할 수 없는 회사를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은 경영인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사업 재편의 배경을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의 성과는 계승하면서 그 성과의 그늘에 쌓여 있던 과제들을 넘어서기 위한 변화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힘”이라며 “이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진행되는 변화들도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임직원들이 참석하는 50회 창립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50주년 기념식은 별다른 이벤트 없이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9년에 열린 40주년 기념식에서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연매출 4,000억달러를 달성하고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2020’을 선포했지만 올해 기념식에서는 새 비전을 발표하지 않는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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