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손자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어머님의 신앙에 따라 천주교 의식으로 가족과 친지끼리 장례를 치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에는 정치권 인사들과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대부분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민들은 성당 앞 바리케이드에 흰 국화를 붙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만 문 대통령도 빈소를 찾은 야당 대표들은 그냥 돌려보내지는 못했다. 현직 대통령 모친의 빈소에서 ‘화합의 정치’는 잠시나마 숨통이 트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차례로 빈소를 찾아 문 대통령을 위로했다. 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풍자한 애니메이션을 잠정 삭제했다.
당초 청와대는 5부 요인은 물론 정당 대표의 조문도 받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대표가 이날 오전 빈소를 찾으며 당 대표들의 조문 물꼬가 트였다. 문 대통령은 ‘정 대표가 기다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안으로 모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와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이어 오후 1시 20분께 도착한 손 대표는 “차분하고 훌륭한 자세로 상주 역할을 하고 계시다”며 빈소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소감을 전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밤 ‘조문을 할 수 있겠느냐’는 손 대표의 요청에 “대표님이 오시면 어떻게 그냥 거절을 하겠습니까”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도 오후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
황 대표는 “강 여사께서는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 때 내려와 연탄배달·계란행상 등 어렵게 자녀를 키우셨다고 들었다”며 “위로와 함께 잘 모실 수 있도록 당부를 드렸고, 대통령께서도 먼 곳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빈소를 찾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대사들과도 차례로 긴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침통한 분위기에서도 어린 손자를 품에 안았을 때만큼은 미소를 머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부산=양지윤기자 김인엽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