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기존 통화정책의 스탠스를 유지하며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도 줄어 내년 상반기 중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31일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상황 점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대체로 시장 기대에 부합한다” 면서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7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배경에는 국내 경기 부진 및 물가 하락과 함께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작용했는데 맞아 떨어져 정책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상황점검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따라 한은이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던 통화정책 방향이 지속되면서 올 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내달 29일에는 금리 동결이 확실시 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점에서 성장세의 추가 악화가 확인되기까지 한은의 금리 인하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며 “시장금리도 이전과 같은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성장세 회복이 더디고 경제 안팎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은 좀 더 커졌다. 지난 17일 한은의 금리 인하로 미국과 금리 격차가 더 벌어졌다가 이날 다시 좁혀진 때문이다. 윤 부총재는 ”연준의 정책 금리 방향이 (한은 정책에)큰 폭의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자본 유출 등의 우려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에는 통상 자본유출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한다.
연준이 금리를 내렸지만 당분간 추가 인하의 문을 닫으면서 최근 원화 강세 흐름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에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 이라며 “환율은 주로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