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끝내 눈물…엄숙한 분위기 속 장례미사 진행

[고(故) 강현옥 여사 장례미사 현장]
정계·靑 관계자 참여한 가운데 차분히 진행
교황 조전 낭독 “문 대통령 위로…평화 기원”
성당 앞 신원 확인 위한 때 아닌 ‘교리문답’
홍문종 “朴 대통령 잘 부탁드린다” 文 ‘웃음’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모친 강한옥 여사 장례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와 장지로 이동하기 전 눈물을 닦고 있다. 왼쪽은 김정숙 여사./연합뉴스

어머니 고(故) 강한옥 여사의 죽음 앞에서 대통령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강 여사의 장례미사가 치러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에선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청와대 및 정치권 인사들을 비롯해 일반 신도들이 함께 미사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접 조전을 보내 “문 대통령을 위로하고 모두에게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유족들은 장례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8시 17분께 성당에 들어섰다. 청와대가 천주교 신도들에게 미사에 참석할 수 있게 한 가운데 시민들은 오전 9시께부터 본격적으로 성당을 찾았다.

미사는 오전 10시30분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가 참석해 강론(교리를 설명)했다. 미사는 송 신부를 포함해 여러 명의 신부들이 함께 진행했다. 천주교 장례미사 절차에 따라 사제가 자주색 천으로 덮인 고인 위로 성수를 뿌렸다. 문 대통령 내외와 자녀인 준용씨, 다혜씨는 묵묵히 기도했다. 이후 준용씨가 강현옥 여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입장했고 교인들이 고인을 연단으로 옮겼다. 문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고 뒤따라 걸어갔다. 미사 내내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 사람과 대화하지 않았으며 참석자들 모두 엄숙하게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서 모친 고 강한옥 여사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미사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위로 서신이 낭독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위로하고 모두에게 평화를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낭독 후 조전은 대통령에게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따로 참석한 신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미사에 참여한 복수의 시민들은 “미사가 끝나면 상주가 교인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원칙이지만 따로 인사를 하시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김정숙 여사는 신도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고 알려졌다.


미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과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참석했다. 총 참석자는 유족과 교구 신도, 일반 신도를 포함해 1,500여명이다.

장례 미사를 마친 후 문 대통령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장지로 이동하기 전 잠시 성당 밖으로 나온 문 대통령은 참았던 눈물을 떨어트렸고 김정숙 여사는 그런 대통령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후 운구 행렬은 성당을 빠져나와 경남 양산에 위치한 장지로 향했다. 시민들은 떠나는 운구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조문객들이 31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발인 미사를 드리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두번째줄 오른쪽부터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이날 성당 앞에선 때아닌 ‘교리문답’이 이뤄졌다. 성당 측이 보안 상의 이유로 교리를 물어 신도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남찬성당 소속 신부들은 ‘사제가 영성체 때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할 때 무엇이라고 하는가’라고 질문하거나 사도신경을 외워보라고 하기도 했다. “아멘”이라고 답한 사람들은 입장할 수 있었다.

확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왜 통과시켜주지 않느냐”며 난동을 벌였다. 자신을 천주교 신도라고 주장한 한 여성이 들어가려고 하자 담당자는 “이 분 절대 입장 안 됩니다”라고 막아섰고 둘은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미사가 시작한 10시 30분 이후에 성당에 도착한 시민들은 입장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아침 일찍부터 문 대통령을 조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추모관’이라고 적혀 있는 앞까지 나와 홍 대표와 말씀을 나눴다”며 “대통령이 여기까지 나온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님을 잘 좀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구체적인 대답을 하진 않으셨고 웃음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내외 등 유족은 경남 양산 하늘공원에 고인을 안장한다. 1978년 별세한 문 대통령 부친이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안장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부산=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31일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 장례미사에 참석한 신자 등이 운구행렬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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