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뒤안길] 경주 쪽샘유적과 발굴 여건

누구나 발굴조사 과정 볼수 있게 관람시설 조성

경주 쪽샘유적 발굴현장. /사진제공=문화재청

사적 제512호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자리 잡은 경주 쪽샘지구의 발굴조사는 2007년 3월 개토제를 시작으로 서막이 열렸다. 최근 말을 탄 사람과 춤추며 따라가는 사람들이 그려진 ‘신라시대 행렬도’가 새겨진 토기가 발견돼 주목받은 곳이다. 이 토기는 일련번호를 매긴 경주 시내 155기 고분 중 44호분 바로 옆에서 출토됐다.


발굴조사가 진행된 2009년 당시만 해도 44호분은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주변은 집들이 빽빽했고 44호분은 민가의 담장과 쓰레기 더미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흙무더기 정도로 보였다. 쓰레기 더미를 걷어내고 조사하다 보니 고분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고 20% 정도가 훼손됐으나 대부분은 의외로 잘 남아 있는 상태였다. 당시 쪽샘지구 발굴조사 과정을 일반시민이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44호분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곳에 관람시설을 조성한 것이 지금의 쪽샘유적발굴관이다. 이곳은 이제 누구나 발굴조사 과정을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이 44호분의 ‘신라시대 행렬도’에 주목했지만, 이 유물 하나가 갖는 의미를 찾고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기 위해 조사를 담당한 사람들의 지난한 시간과 토론과 고민을 눈여겨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우리는 놀라운 성과의 유물만 바라보지, 이를 밝히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사실 쪽샘지구 발굴조사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이뤄지는 2,000여건 발굴조사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만 44호분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발굴조사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남달랐다. 만약 다른 발굴조사가 44호분과 비슷한 조사 여건을 갖춘다면 우리가 밝혀갈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풍성할지도 모른다.
/박윤정 문화재청 발굴제도과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