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한바다 경사가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다양힌 사이버 사기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강력 사건보다 사이버 사건에서 훨씬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소액 사기라도 사기 수법이 알려져야 피해자들도 더 생기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만난 한바다 경사는 사이버 수사의 어려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엑소·워너원 등 인기 아이돌그룹의 해외 콘서트 표를 구해주겠다고 속인 뒤 돈만 챙긴 20대 여성을 구속한 것도 한 경사와 마포서 사이버수사팀의 성과다. 피의자는 2018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메이다니’ ‘ABC’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으로 중국인 행세를 하며 콘서트 표 구매대행 사기행각을 벌였다. 한 경사와 사이버팀이 확인한 피해자만 총 440명, 피해금액은 6억3,000만원이다.
한 경사는 “콘서트 표 정가가 10만~20만원인데 좋은 자리라고 프리미엄을 붙여 40만~100만원에 판매했다”며 “티켓 구매 후 공연이 열리기까지 한 달가량 기간이 있어 피해자 중 일부는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동주(오른쪽) 서울 마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 팀장과 한바다 경사가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사이버 사건의 트렌드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피해금액이 큰 사건이었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구매대금을 받은 중국인의 계좌와 페이스북·트위터·위챗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었다. 한 경사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최근 사이버 사건도 인스타그램 등과의 형사사법 공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수사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다른 강력 사건에 비해 3~4배는 더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사는 5년째 사이버수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컴퓨터·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정보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증명해내는 포렌식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버수사팀은 경찰관들 사이에서 업무량이 많아 힘든 부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서 선입금을 받은 뒤 제품을 주지 않는 사기부터 문자로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채는 스미싱,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지인인 척 속여 돈을 요구하는 메신저피싱, SNS로 접근해 호감을 표시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등 사이버 사기 사건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신고 접수되는 사기 피해금액도 3,000원부터 수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고충에도 이동주 사이버수사팀장의 지휘하에 마포서 사이버수사팀은 서울 관할서 가운데 우수 수사팀으로 두 차례나 수상했다.
한 경사는 “돈을 입금하기 전 ‘더치트’에 계좌를 검색해 사기 피해 이력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너무 저렴한 상품을 거래하거나 정상적인 판매사이트 외에 개인 간 거래하는 것은 사기 위험이 크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