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200자 새책읽기]내가 교육을 바꾼다 外


성과와 성장, 두토끼 다 잡는법

■내가 교육을 바꾼다(오인경 지음, 온크미디어 펴냄)=“성과만을 중시하는 우리의 교육이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통할 것인가?” 삼성·포스코 등 굴지의 기업에서 체계적인 기업교육시스템과 이러닝을 정착시키는 일에 공헌해 온 저자가 기존 기업교육의 틀을 깨고 성과와 성장을 동시에 잡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교육의 의미와 실천방법을 풀어낸 책은 인간 중심적인 심리학과 철학을 강조하고, 교육은 인간의 변화과정이라는 점, 전인성을 지향하는 인본주의와 학습코치의 개념에 방점을 찍고 있다. 1만5,000원.


민주주의 암흑기 드라마로 본 세상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고석만 지음, 창비 펴냄)= ‘수사반장’ ‘제1공화국’ ‘땅’ ‘간난이’. 1980~90년대 안방극장의 화제작들을 탄생시킨 ‘스타PD 1세대’ 고석만 연출가가 드라마를 통해 시대를 증언하고 그 속살을 들췄다. 당대의 땅투기 문제를 다루며 도시화의 이면을 다룬 ‘땅’은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청와대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는 역사를 남겼다. 5·16쿠데타가 등장하자 드라마는 외압 끝에 조기 종영을 맞는다. 최초의 정치드라마 ‘제1공화국’을 만들면서는 북한 정치의 시작을 다뤘다는 이유로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재벌을 소재로 한 ‘야망의 25시’는 정경유착의 힘으로 조기 종영됐다. 저자는 “비망(備忘)해야 비망(非亡)한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 1만8,000원.



적군과 온몸으로 부딪쳤던 ‘리얼 참전기’

■태평양전쟁(유진 B.슬레지 지음, 열린책들 펴냄)= 만 20세가 되던 1943년 겨울, 샌디에이고의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한 저자는 혹여나 전투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전쟁이 끝나기라도 할까 조바심을 냈지만 필리핀 동쪽의 작은 섬 펠렐리우에서 벌어진 전쟁은 1944년 9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10주간 계속됐다. 미 해병대원으로 태평양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펠렐리우와 오키나와 전투에 참전했던 저자가 전쟁의 한복판에서 성경책 여백에 꼼꼼히 적어둔 ‘진짜 전쟁’의 기록을 책으로 출간했다. 두 전투 모두를 겪고도 살아남은 병사가 적은데다 그 기록을 문장력으로 펼쳐놓은 것은 진귀한 일이다. 온몸이 갈가리 찢겨 죽어 나간 동료의 시신을 뒤로하고 총탄이 빗발치는 고지를 기어올라 적군과 온몸으로 부딪쳤던 살아있는 참전기. 2만5,000원.


그림 속에 감춰진 철학 들춰보기

■그림도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인다(이하준 지음, 이숲 펴냄)=철학교수인 저자가 유명 철학자 10명과 그들의 철학이 특별한 관계를 맺었던 화가 및 작품을 소개했다. 프로이트는 다빈치의 꿈에서 동성애 성향을 읽어냈고, 하이데거는 고흐가 그린 ‘낡은 구두’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푸코는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을 꼼꼼히 살펴 시선의 권력관계를 파악했고, 벤야민은 클레의 ‘새로운 천사’를 보며 미래 세계에 대한 희망을 읽었다. 니체와 표현주의, 퐁티와 세잔, 들뢰즈와 베이컨, 아도르노와 피카소 등 철학사와 미술사를 부드럽게 엮었다. 심오하고 난해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다뤘다. 2만2,000원.


중산층 평범한 젊은이의 동성애

■모리스(E.M.포스터 지음, 열린책들 펴냄)=집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주인공은 그곳에서 지적이며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인 칼리지 선배를 만나고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내 그들의 감정을 용인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고 만다. 영국의 문호 E. M.포스터가 이 소설을 완성한 것은 1914년으로, 당시만 해도 동성애는 범죄와 동급으로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작가 사후인 1971년에야 출간됐다. 책은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결말이라 소설은 더욱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7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나왔고 주연 배우들은 그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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