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봄 결혼을 앞둔 박상현(30·가명)씨는 예비신부와 함께 결혼예비학교를 수강하기로 했다. 신청 당일 접수가 시작되는 오전10시 직전 박씨는 컴퓨터 앞에서 분주했다. 세계시간 표준에 서울시간을 맞춰둔 그는 정확히 10시가 되자 ‘F5’ 키를 눌러 화면을 새로고침한 후 곧장 ‘신청’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동의합니다’라는 창이 뜨자 클릭한 후 본인과 짝꿍의 이름 및 연락처를 빛의 속도로 입력했다. 미리 메모장에 적어놓은 연락처를 붙여넣기 하는 것은 기본. ‘결제’ 버튼을 누르고 수강료를 이체해 접수가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고서야 박씨는 시계로 눈을 돌렸다. 10시00분 58초. 그는 “인터넷에 올라온 수강신청 성공 팁을 여러 번 따라 해보고 성공한 것”이라며 “신청 실패를 대비해 대기자 등록서도 작성해놓았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교회 등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결혼예비학교 접수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늘 정원의 2~3배를 훌쩍 넘는 신청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정원 자체가 많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수강 열기가 단연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교 인기 과목 수강신청처럼 성공 팁이 돌아다닐 정도다. 접수 1분을 넘기면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소문은 과장이 아닌 셈이다. 결혼예비학교뿐 아니라 예비부모학교와 부부산모교실의 경쟁률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높아 젊은 층이 결코 결혼과 출산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혼인 및 출산율이 매년 줄면서 2030세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독신주의’나 ‘딩크(Double Income No kids)’ 등이 꼽히지만 한편에서는 결혼과 출산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젊은이들도 많다. 특히 결혼·출산도 양극화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아 적잖은 비혼이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청년들이 여전히 결혼을 원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고 싶지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아 만혼이 급증하고 비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저출산 관련 지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전체 출생아 중 소득분위가 낮은 계층의 출산 비중은 10년 새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전체 분만 건수는 소득과 상관없이 감소하고 있지만 소득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 출산이 줄고 고소득층 출산이 늘고 있다”며 “사회 양극화가 혼인 격차에 이어 출산 격차로 중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