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동명의 원작 소설을 찾는 독자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3년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데 이어 역대 최고 스크린셀러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붙은 페미니즘 논란 역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 따르면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역주행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밀리언셀러 소설이다. 하지만 동명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다시 한번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판매량은 영화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들썩였다. 예스24가 분석한 도서 판매량 집계를 살펴보면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 소식이 알려진 2017년 6월1일부터 일주일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후 배우 정유미와 공유의 발탁 소식에도 각각 286%와 134% 판매량이 급등했다. 영화 예고편이 공개된 올해 9월27일에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에 237%의 증가률을, 영화 개봉일에는 99%의 증가율을 각각 보였다.
이른바 ‘스크린셀러’로 불리는 영화로 제작된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타났다.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개봉된 영화와 원작 150편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영화 덕을 가장 많이 본 소설은 제임스 대시너 작가의 ‘메이즈 러너’였다. 이 소설은 영화 개봉 전 두 달 동안 300여권 판매됐는데, 영화 개봉 후 두 달 간 7,000여권이 팔리며 21배의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반딧불이’ ‘오두막’ ‘나를 찾아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레 미제라블’ ‘파이 이야기(영화명 라이프 오프 파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안녕, 헤이즐)’ ‘그해 여름 손님(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이 영화 덕에 성공한 영화로 꼽힌다. 교보문고의 구환회MD는 “영화와 원작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매력을 갖췄을 때만 영화 개봉이 원작 판매 증대로 연결된다”며 “관객이 영화를 통해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느꼈을 때 그 감흥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기 위해 책을 찾아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 영화로도 지난달 30일까지 관객 166만명을 불러 모으며 손익분기점(160만명)을 넘기는데 성공한 ‘82년생 김지영’ 역시 이들 작품 못지 않는 흥행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설 가운데 영화 개봉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 순위를 따져봐도 ‘82년생 김지영’의 판매량은 독보적이다. 예스24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높은 책은 4,070권이 팔린 ‘82년생 김지영’이었다.
김도훈 예스24 소설부문 MD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사회 이슈 조명으로 연결되며 인기의 장기화가 예상된다”며 “영화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원작 도서의 판매량 증가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