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통장에서 돈이 언제 얼마만큼 무슨 명목으로 빠져나가는지 잘 모르는 직장인과 은퇴자가 많다는 점이다. 자산관리를 하려면 돈이 새나가는 길목을 지켜야 하는데, 이때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에서 제공하는 ‘자동이체통합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카드대금, 보험료, 통신비 등 각종 자동이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자동이체 내역을 해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할 수도 있다. A은행에서 자동이체 되던 것을 B은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이체를 정리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먼저 ‘변동지출’과 ‘고정지출’을 분리한 다음 다른 통장에서 이체하도록 한다. 신용카드 사용대금처럼 매달 이체해야 할 금액이 들쑥날쑥 한 것이 변동지출이라고 하면, 보험료와 통신비처럼 매달 인출되는 금액이 비슷한 것은 고정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이체와 관련해 발생되는 문제의 상당수는 통장에서 신용카드 대금이 먼저 빠져나가면서 잔고가 부족해 다른 대금이 연체돼서 발생한다. 연체수수료를 내고 해결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있다.
카드대금이 빠져나가면서 통장잔고가 부족해 보험료가 두 달 연속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치자. 이 경우 해당 보험상품은 효력이 상실돼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 질병이나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몇 만원 드는 보험료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못 받으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밀린 보험료를 납부하면 보험계약을 부활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동이체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맑은 날 우산을 가지고 다니다 정작 비 올 때 우산을 두고 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신용카드 대금과 보험료가 자동이체 되는 통장을 분리하면, 이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여러 개 사용하는 경우 결제일과 결제대금을 헷갈릴 수도 있다. 이때는 <파인>에서 제공하는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용카드 종류별로 결제일과 결제예정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직장인고 은퇴자들도 많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신용카드에 비해 절세효과가 크다. 직장인은 연말정산 때 총 급여의 25%를 초과해 사용한 카드대금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이때 신용카드는 초과사용금액의 15%만 공제 받는 데 반해, 체크카드는 사용대금의 30%를 공제받는다.
따라서 총 급여의 25%까지는 할인과 포인트 등 부가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초과금액은 체크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절세측면에서 유리하다. 카드사용금액은 국세청의 ‘연말정산 미리 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확인할 수 있다. 카드소득공제 한도는 300만원이다 다만 대중교통과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각각 100만원을 추가로 공제(공제율 40%)받을 수 있다. 총 급여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 관람에 사용한 금액은 추가로 100만원(공제율 30%)까지 공제해 준다.
씀씀이를 줄이려고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은행 통장 잔고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체크카드를 쓴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출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대다수가 체크카드를 급여통장이나 연금통장과 연결해서 사용하는데, 이래서는 지출을 통제할 수 없다. 이들 계좌가 바닥을 드러내야 지출을 멈추기 때문이다.
효과적으로 지출을 관리하려면 급여·연금통장과 체크카드 이체통장을 따로 떼내야 한다. 그런 다음 매달 월급과 연금을 받는 날 그달 생활비나 용돈으로 사용할 금액을 체크카드통장으로 송금하도록 한다.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체크카드통장이 바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 때부터 적극적으로 지출을 관리하게 된다. 생활비와 용돈을 주 단위로 체크카드통장에 송금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한 달에 용돈이 60만원이 필요하면, 매주 15만원씩 송금하는 것이다.
지출을 줄이고 노후대비 저축을 늘려나가려면, 이 같은 제어장치를 마련해 관성에 따른 지출을 막아야 한다. 지출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정해진 연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은퇴자도 마찬가지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