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한국당, 조국 사태로 등 돌린 20대·중도층에 같이 등 돌려버려

당 지도부, 조 전 장관 사태 이후 잇따른 실책
낙마 표창장·공천 특혜·박찬주 전 대장 영입 등
공정·대안 목마른 20대·중도층 반발만 일으켜
여권은 민심 못 읽는 행태에 “고맙다” 비아냥도

황교안 자유한국당(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오른쪽)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저스티스리그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이전으로 복귀했다. 패스트트랙 보은설과 조국 공격 표창장에 이어 20대 병사들을 공관에서 부린 ‘갑질’ 논란의 주역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귀한 분’으로 영입하려다 여론에 뭇매를 맞고 철회하는 등 자중지란의 연속이다. 조 전 장관의 각종 가족 비리 혐의와 공정성 논란으로 현 여권에 등을 돌린 중도층과 20대를 껴안기는커녕 같이 등을 돌려버렸다는 비판도 당내에서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1일 리얼미터(YTN 의뢰)가 발표한 정당 지지율에서 34.4%를 기록하며 민주당(35.3%)과 오차범위(0.9%) 내까지 좁혔다. 하지만 28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0.6%로 4주 만에 40% 선을 회복했고 자유한국당은 32.2%로 하락했다.

급기야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0월 29일에서 31일까지 전국 1,000명의 유권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23%의 지지율이 나와 사실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전으로 회귀했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달 20일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당내에서는 “골문 앞에서 조국이 준 기가 막힌 패스를 헛발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허공으로 슈팅한 순간은 지난 22일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피고발된 의원에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또 조 전 장관의 비리 혐의를 찾아내 낙마하는데 공을 세운 의원들에게 ‘셀프’ 표창장도 수여했다. 이 사건을 두고 한 당직자는 “조 전 장관의 낙마는 광화문에 나온 수 십 만 명의 국민들이 힘이 컸다”며 “국민들과 지지자들에게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의원들끼리 두 개 줘라, 세 개 줘라 하는 게 어떻게 보이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불법과 편법 사이를 걸으며 산 것이 분노를 샀는데 한국당은 불법 혐의로 피고발된 의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황 대표가 이 발언을 ‘해당 행위’라고 규정하며 대표와 원내대표가 갈등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추후 황 대표가 “공천 룰(rule)를 벌써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라고 해명하며 갈등설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31일 한국당이 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외부영입 인사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꼽자 사태는 더 꼬였다. 박 전 육군 대장은 뇌물 수수 등 혐의로 불명예 전역했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박 전 대장을 ‘공관병 갑질’로 기억하고 있다. 박 전 대장과 부인이 관에서 공관병에게 손목에 팔찌 형태의 호출기를 착용하게 하고 수시로 불러냈고 골프공 줍기와 곶감 만들기 등 군 복무 외의 일을 시켰다는 의혹이었다. 베란다에 감금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박 전 대장은 이 혐의 역시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여전히 갑질 혐의로 재판 중이다.

박 전 대장의 영입설이 돌자 곧바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당황한 31일 저녁 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었고 ‘박찬주 불가’ 의사를 황 전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공식발표된 외부영입 인사에서는 박 전 대장이 결국 빠졌다. 한 관계자는 “교육과 취업에 대한 불공정에 분노한 게 20대인데, 군 복무하는 20대에 갑질해 논란이 일었던 인사를 데려왔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고맙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사태를 본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박 전 대장이 정치에 오겠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큰 비전이라도 밝혀야지 인터뷰를 보니 ‘명예 회복’을 운운하고 있다”며 “국회가 개인의 오기를 위해서 오는 곳이냐”라고 비판했다. 반면 황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 전 대장은) 귀한 분”이라는 표현을 쓰며 재영입 의사에 대한 불도 지폈다.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사태 이후 한국당의 실책이 잇따르자 안팎에서 “당 지도부가 여론을 못 읽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조 전 장관 사태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 이탈한 계층은 20대와 중도층이 컸다. 지난 9월 20일 한국갤럽이 내놓은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때보다 낮은 40%를 기록했을 때 20대 지지율은 38%로 전주보다 9%포인트 추락했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내외로 좁혀졌던 이달 11일(리얼미터)에도 중도층에서는 민주당(35.2%→28.5%)이 3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으로 지지세가 하락한 반면 한국당(32.6%→33.8%)은 30%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전주(26%)보다 3%포인트 하락한 23%였는데 중도층과 20대만 떼서 보면 각각 17%, 13%에 불과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지도부의 한 인사는 아래에서 일하는 당직자가 대규모 집회와 국정감사 등과 관련한 직언을 하자 아예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버렸는데 듣기 싫다는 말 아니겠느냐”라며 “중진들은 지도부가 ‘감’이 없는 걸 알면서도 총선을 의식하고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입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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