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강남·구리·창원·광주)과 롯데마트(김해·의왕·대구율하·청주), 롯데아울렛(대구율하·청주) 등에 투자해 임대료를 배당하는 롯데리츠의 증시 데뷔가 예정됐던 지난달 30일. 장이 열리자 모든 시장의 관심이 한곳으로 쏠렸다. 관심의 주인공인 롯데리츠는 장 개장 전 투자자 매수가 몰리며 공모가(5,000원)를 웃도는 시가 6,000원으로 장을 시작하더니, 장 개장 한 시간만인 오전 10시 상한가까지 치솟고 결국 공모가(5,000원) 대비 30% 오른 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 7,000억원으로 수준으로 전망했던 시가총액은 단숨에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날 롯데리츠에 상장한 거래소에 상장한 상장 공모 리츠 6개 종목의 시가는 2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는 흥행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주요 리츠들이 올해 증시부진에도 지수 수익률을 30% 이상 웃도는 상승세를 구가하며 리츠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해왔기 때문이다. 뉴코아아울렛 일산점·평촌점·야탑점 등 이랜드리테일의 장기 임차 매장에 투자하는 이리츠코크렙은 지난 22일, 경기 성남 판교 크래프톤타워와 서울 용산 더프라임타워에 투자하는 신한알파리츠, ‘e편한세상 문래’와 ‘왕십리KCC스위첸’ 등 주거단지에 대한 개발·관리와 임대를 같이하는 에이리츠는 각각 지난 21일 신고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롯데리츠가 지난달 11일까지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의 청약 경쟁률은 63.28대1, 청약 증거금은 4조7,610억원을 기록했던 점도 흥행을 쉽사리 점칠 수 있던 이유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만한 최근의 리츠로의 자금 집중은 저금리 기조에 기인한다. 미국 경제의 회복으로 2015년 말 이후 계속해서 올라가던 기준금리는 2019년 이후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변되는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이어지는 기업 투자 감소로 방향을 바꿨다.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25%로 내리면서 이미 은행 예금금리는 연 1% 초반대로 떨어졌고, 나아가 은행들이 조만간 0%대로 금리를 낮출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금리가 높아 다른 투자처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저금리 상황에서는 리츠만한 투자처가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지난해말 이후 이어진 국내 증시 부진으로 투자자들이 배당에 주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쏠림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따른 할인율 감소는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리츠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2018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정체 역시 안정적인 배당주로서 리츠의 매력을 부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지난 9월 투자금액기준 5,000만원 한도로 일정 기간 이상 리츠를 보유할 경우 투자자는 보유 자산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 9% 세율로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사모 리츠와 비교해 공모 리츠에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리츠 육성에 힘을 보탰다. 시장의 관심과 정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NH재간접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 상장을 앞둔 리츠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리츠협회의 시장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이 예정된 리츠는 7개, 이들의 자산 규모는 5조원을 넘는다.
상장을 앞둔 리츠의 면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내에만 서울스퀘어,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4개 프라임오피스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NH프라임리츠와 서울 태평로 오피스, 제주 조선호텔 수익증권을 담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가 상장을 계획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여기에 인천 십정동 임대주택레지던스 리츠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의 안성물류센터 및 오피스, 마스턴운용의 프랑스 오피스, 하나자산신탁의 제주 및 경기 임대주택 등, 코람코신탁의 타임스퀘어 오피스 등도 공모 리츠로 유동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의 규모가 아직도 작은 수준이어서 리츠가 앞으로도 얼마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전체 시장의 0.1% 미만으로 이는 전 세계 주요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투자환경 개선과 상장 예정인 리츠들을 감안하면 앞으로 리츠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도 “향후 2~3년은 국내 상장 리츠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