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임기 반환점] 소주성에 주저앉은 경제...親시장 전환, 투자 물꼬 터줘야

■경제분야
기존 지지층 반발 고려해 대변혁 외면땐 경제 더 추락
효율적 재정 지출로 생산성 높이고 잠재성장률 제고
부동산 진단 잘못...공급위축 정책 말고 시장에 맡겨야
경제수장 교체해 시장에 정책전환 시그널 줘야 할 필요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10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다 노동비용과 경직성을 높여 경제주체에 부담을 줬고 각종 지표가 망가지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존 지지층의 반발에 대한 부담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올해 1%대 경제성장률 충격 속에 내년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 수정이 없다면 투자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고 경제 회복은 기대 난망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극화 개선 없이 경쟁력만 추락=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년간 최저임금을 29% 올렸고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등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소주성’을 뒀다. 결과는 참담하다. 올 2·4분기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월 43만8,700원)은 6분기 연속 감소했고 5분위 배율은 5.3배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소득 격차가 컸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15년래 최대인 748만명으로 전년 대비 87만명 급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긍정적인 부분만을 홍보하며 낙관론을 고수했다. 이인호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은 “이렇게 급격하게 여러 지표가 모두 나빠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빨리 경제가 망가지는 것 같아 걱정스러울 뿐”이라며 “임금 등 노동시장 경직성을 키웠던 부분은 이제 그만두고 전체적으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본과의 마찰도 정부 차원에서 정리해줘야 하는데 그 대가를 경제가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7년 3.1%로 간신히 3%를 유지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로 하락했고 올해는 1%대로의 추락이 유력하다. 정부는 대외여건 탓이라고 하지만 노동 정책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도 경기 하강을 가파르게 한 측면이 강하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6·19대책, 8·2대책, 9·13대책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규제지역을 늘린 데 이어 최근 나온 분양가상한제와 ‘10·1대책’까지 포함해 무려 16번의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시장과 싸우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수차례 나와도 잠깐 내림세를 보이다가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는 유사 패턴이 반복됐고 집값을 잡기는커녕 건설경기만 얼어붙게 했다. 민간에서의 경제활력이 더디면서 건설투자를 포함한 민간투자는 6분기째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친화 정책으로 빨리 전환해야=
LG경제연구원(2.0%→1.8%), 모건스탠리(1.8%→1.7%), 뱅크오브아메리카(1.8%→1.6%) 등 예년과는 다르게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들이 많다. 대외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친기업·친시장적인 비전을 빠르게 제시해 기업과 시장 참여자의 활발한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식으로 덮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대내외 여건변화에 맞춰 정책 기조를 대변혁하려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번 정부는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역시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방안은 외면한 채 재정지출 확대만 귀담아듣고 있다. 노동개혁이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기업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계속된다. 전 이사장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국민연금 등이 앞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텐데 재정을 쉽게 막 푸는 포퓰리즘식 정책은 선거를 앞두고 굉장히 경계해야 한다”며 “경제회복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곳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집행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금성 복지의 무분별한 확장재정보다는 적재적소에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효율적 재정지출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부동산 정책, 진단 잘못돼=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진단 자체가 잘못됐으므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처방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쓴소리가 많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공급을 위축하는 정책을 해나간다면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주택시장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공공주거복지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정책 전환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는 경제수장을 교체해 프레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90도 정도는 정책을 틀고 중소 제조업을 정책의 핵심으로 둬야 한다”며 “우선 청와대 인사와 장관들을 현장 실무자와 중소기업 전문가로 교체해 팀워크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몇조원을 중기에 지원하는 정책은 땜질밖에 되지 않으므로 각 부처와 연구기관·금융기관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중장기 플랜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황정원기자·강동효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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