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 제외' 박찬주 전 대장 "국군, 민병대 수준 전락…갑질 표현 적절치 않아"

박찬주 전 육군대장/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인재영입 1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제외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지금 대한민국에 대통령은 보이지만 군통수권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4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박 전 대장은 언론에 미리 보낸 기자회견 전문을 통해 “불과 2년 반 전만해도 우리 군은 세계가 인정하는 강군이었으나, 이 정부가 출범한 후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게 현역 장교들의 고백”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장은 “이 정부는 건군 70주년 행사에 북한 눈치를 보며 스스로 사기를 떨어뜨렸고,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그 시간에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했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 위협을 가중시키는데 국민은 북한이 무엇을 쐈다는 현상 외에 어떤 신뢰할 수 있는 대책도 듣지 못하는 중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군통수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장은 이어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자신이 한국당 인재영입 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서는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 할 수 없고, 스승이 제자를 질책하는 것을 갑질이라 할 수 없듯, 지휘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박 전 대장은 “냉장고를 절도해 가져갔다느니, 전자팔찌를 채워 인신을 구속했다느니, 제 처를 여단장으로 대우하라고 했다느니, 잘못한 병사를 일반전초(GOP)로 유배를 보냈다느니 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박 전 대장은 이어 “다만 감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등 사실인 점도 있다”며 “하지만 사령관 공관에는 공관장이 있고 계급은 상사다. 상사는 낮은 계급이 아니다.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딴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박 전 대장은 자신의 부인이 공관병을 베란다에 가두고 썩은 과일을 던져 폭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베란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공관병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점,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인 점 등에 그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적폐청산 미명 하에 군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불순세력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장은 자신의 정치관에 대해서는 “정당의 목적은 국가 이익과 국민 행복”이라면서 “제 40년 군생활의 마지막은 헌병대 지하 영창이었다. 적국 포로와 같은 그 굴욕의 심정을 새로운 다짐과 의지로 승화시켜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장은 이어 “그러나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제가 굳이 나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은 이른바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박 전 대장을 1차 인재 영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 전 대장은 황교안 체제 ‘1호 인재’로 낙점됐지만 당 최고위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영입이 보류됐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3∼2017년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가혹한 지시를 했다는 혐의를 비롯해 공관병들에게 골프공 줍기, 곶감 만들기 등을 시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지난 4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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