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와 나랏빚의 증가는 현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까지 11년 연속 재정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국가부채 비율도 증가 일로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나름의 노력은 있었다.
국가재정 문제가 주요 정책과제로 등장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국난 극복을 위해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1.4%에서 17.7%로 증가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 국가부채비율이 낮아졌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변동이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국가 부채와 공기업 부채는 노무현 정부 때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복지지출 증가와 장기 재정악화에 대비해 현재의 국가재정법을 제정했고 관리재정 수지를 따로 떼어내 그 적자 폭을 1%로 관리했다. 국민연금을 개혁해 기금소진 시기를 13년 늦췄다. 탄탄한 재정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2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추경 실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주요 공기업 부채를 15조원에서 26조원으로 늘렸으나 공무원연금개혁을 단행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공무원연금개혁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부에서 급증한 공기업 부채 감축에 주력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현 정부의 재정정책을 학점으로 매겨달라’고 하자 “눈앞으로 다가온 임기 반환점(11월9일)을 기준으로 보면 역대 정부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역대 정부마다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는데 재정 지출 구조조정에는 관심이 없고 무작정 쓰고 보자는 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옥 교수는 “장기재정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도 현 정부 들어 재정개혁 논의는 완전히 실종됐다”며 “재정 당국이 나라 살림의 파수꾼이라는 오래된 전통도 희미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권구찬선임기자 chs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