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19’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AI는 삼성전자(005930)의 향후 50년을 이끌 모멘텀(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4일 열린 ‘삼성AI포럼 2019’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이 말했다. 김 부회장의 말은 사흘 전 “우리 기술로 행복한 미래를 만들겠다”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지난 50년 삼성전자가 기술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다가오는 50년은 AI를 통해 사람과 기술의 융합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삼은 것이다.
‘삼성 AI 포럼 2019’가 열린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 및 업계 종사자, AI 학도들이 참가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올해 참석 규모는 1,700여명으로 지난해 1,500명보다 소폭 늘었다. 포럼 첫날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주관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둘째 날은 삼성리서치 주관으로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각각 진행된다.
올해 3회째를 맞은 AI 포럼은 삼성전자의 미래가 달린 AI 산업에 주목하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행사다.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지목한 AI의 초격차 전략을 위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가 발 벗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AI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며 발로 뛰었다. AI 관련 연구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럽·북미 등에서 글로벌 석학들을 만나 인사이트를 얻고 AI 거물들과 만나 인수합병(M&A) 등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AI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는 지난 7월 방한 당시 만나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와 만나 AI,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 5세대(5G), 소프트웨어 등 미래 성장 산업 핵심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기술 협의, 경영진 간 교류에 나서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미국 실리콘벨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업체인 비브랩스 인수를 시작으로 AI 역량 강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2017년 11월에는 국내 첫 대화형 AI 서비스 스타트업인 ‘플런티’ 인수와 삼성리서치를 설립하고 산하에 AI센터를 뒀다.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영국·캐나다·러시아·미국 등 5개국에 7개의 연구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2020년까지 전 세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와 위구연 하버드대 교수, 다니엘 리 코넬공대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80조원의 투자를 밝히며 이 가운데 25조원을 AI를 포함한 미래 성장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올해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AI와 연결된 핵심 분야다.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과 함께 AI는 대규모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AI가 발달하면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 및 보관을 위한 메모리반도체 시장도 다시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이 다시 한번 반도체 초격차 역사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의 AI 연구개발 현황을 소개하며 “어떠한 간섭에도 대상이 잘못 식별되지 않도록 더욱 강력한 AI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삼성전자는 딥러닝 초기부터 많은 연구 투자를 해왔고 세계 최고 대학들과 협력을 해오고 있다”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 제품에 끼친 영향, 제품이 고객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봐왔으며 AI는 우리의 상상을 더욱 자극하고 우리의 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3년 연속 강연자로 나선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와 삼성전자는 2014년 산학협력을 시작했다. 딥러닝 분야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벤지오 교수는 이날 ‘딥러닝에 의한 조합적 세계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벤지오 교수는 어린아이가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것과 같이 메타 러닝과 강화 학습 등 AI 에이전트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딥러닝 분야 핵심 기술들을 제안했다.
이밖에 컴퓨터 비전 분야의 대가로 손꼽히는 미국 UC버클리대의 트레버 대럴 교수, 미국 뉴욕대학교의 조경현 교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몬트리올 AI 랩장인 사이먼 라코스테 줄리앙 미국 몬트리올대 교수 등이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강연 외에 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 디바이스 AI’ 통역 기술을 처음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는 기계 번역, 2018년에는 음성인식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5일 둘째 날 포럼에서는 노아 스미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 압히나브 굽타 카네기멜론대 교수, 바이샥 벨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조안 브루나 미국 뉴욕대 교수 등이 발표할 예정이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