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머리맞댄 한일 정상, 꼬인 실타래 푸는 계기 삼자

한일 정상이 13개월 만에 만나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대기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분간의 단독환담을 가졌다. 양 정상의 별도 만남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이후 처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이 한일관계가 중요하고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청구권협정을 준수하라는 일본 측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보도했다. 단독환담에 대한 양국의 해석의 결은 다르지만 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번 한일 정상의 환담은 이전과 달리 강력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양국 외교부의 공식채널을 통해 실질적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며 “문 대통령이 고위급 협의 검토를 제의했고 이에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현재의 한일관계는 징용배상 판결로 시작돼 경제·안보 등에서 최악이다.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안보도 북핵 폐기가 원점으로 돌아선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 선언으로 더 위태로워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한데다 일본의 태도 역시 완강해 최종 해결까지 쉽지가 않다. 정부는 우선 종료 시한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지소미아 파기 문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미국도 한미일 안보 공조를 위해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가 풀리면 징용 등 다른 현안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일단 공식 종료일을 눈앞에 둔 지소미아의 문턱을 넘고 징용 문제, 수출규제 문제의 실타래도 풀어야 한다. 대화를 잘 진전시킬 경우 다음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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