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상태 340도 일교차에 2m 월면토..달 표면 환경 모사해 세계 최초 구현

건설연, 5일 ‘지반열 진공챔버’ 공개..달 탐사 대비
우주탐사 기술-장비 검증에 활용, NASA 등과 협력

달 표면은 기압이 매우 낮아 진공에 가깝고 무려 340도의 일교차가 발생한다. 표층은 미세먼지가 많은 아주 작은 알갱이로 구성된 월면토(月面土)가 쌓여 있다. 그동안 이러한 극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월면토가 내장된 상태에서 영하 190도~영상 150도의 진공상태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지반열 진공챔버(Dusty Thermal Vacuum Chamber; DTVC)’를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본원에서 공개했다. 달 표면의 환경에 가깝게 모사(摹寫)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주 탐사를 위한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각국의 우주기구가 이 장치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

건설연이 진공상태에서 달 표면 환경을 모사한 지반열진공챔버. /사진=건설연

한승헌 건설연 원장은 “NASA는 실제 달에 기기를 보냈을 때 달에 있는 미세먼지 때문에 장비 고장을 자주 겪었다”며 “지반열 진공챔버로 미리 시험할 수 있어 NASA나 외국 기관에서 ‘여러 장비나 공법을 시험하고 싶다’고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날 건설연 측이 내놓은 지반열 진공챔버는 부피와 무게가 약 4.7㎥와 100톤에 달한다. 복제 월면토의 깊이는 2m다. 달 표면 탐사로봇인 로버가 지나간 자리에는 컨베이어벨트 같은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이장근 건설연 미래융합연구본부 센터장은 “건설연은 앞으로 달의 내부를 시추하고 샘플링해 달이 달 지하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얼음의 양은 얼마인지 실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연은 현재 50cm의 지면만 뚫을 수 있는 시추기 성능을 보완해 현재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 더 깊게 얼음을 뚫는 실험을 하고 있다. NASA는 정확한 달 연구를 위해 최대 1m의 깊이 측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건설연 측은 지반열 진공챔버를 통해 달 지반 조사를 위한 드릴링 실험, 달 토양을 활용한 건설재료를 만드는 재료 고형화 실험, 효율적으로 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는 3D 프린팅 시공 실험, 달 탐사를 위한 주행 로봇인 로버 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30년까지 한국형발사체(누리호)로 달 착륙선을 보내 로버를 가동해 달 이곳저곳을 조사할 계획이다.

◇지반열 진공챔버 특징

상태
특성
기압 지반특성 기온
달의 특징 대기가 거의 없음
(고진공 상태)
구성 원소는 지구와 거의 같으나, 표토는 고운 입자 인 월면토로 구성 극심한 일교차
(고온-극저온)
진공챔버 성능 10-4 mbar(Pa) 이하 진공상태로 실제 월면에 가깝게 구현
(실제 달 기압 :10-7(낮)~10-10(밤) Pa)
월면토 25톤 이상 규모의 인공 월면 지반 구현 -190도 이하 ~ 150도 이상 실제와 가깝게 구현
건설연은 이날 지반열 진공챔버를 비롯해 모의극한지형실험실, 건설재료 3차원(3D) 프린팅 실험실, 인공지능과 영상처리 실험실 등을 갖춘 미래융합관을 열었다. 신휴성 건설연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은 “이 중 진공챔버는 불순물이 없는 순수의 진공상태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는 기존 한계를 뛰어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건설연은 무게 4.5톤에 초당 40㎝ 속도로 작업할 수 있는 건설용 3D 프린팅 장비도 선보였다. 주기범 건설연 건설 3D 프린팅 연구단장은 “현재는 3D 프린팅 기술로 30평(99㎡) 규모의 단층 주택을 짓는데 5일이 걸리나 현장에서 바로 건설 장비를 출력할 수 있어 내년 초까지 이틀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경계를 넘어선 극한 건설(Extreme Construction Beyond the Boundary)’이라는 주제의 국제포럼도 열려 달 탐사 현황과 극한 환경에서 건설자동화 연구기술도 선보였다. 버나드 포잉 ESA 국제달탐사연구단 소장은 달 기지 건설을 위한 ‘문 빌리지(Moon Village)’ 계획을 설명했다. 한 원장은 “우주라는 초극한 환경에서도 건설 가능한 기술 개발과 인공 지능, 건설 자동화 등을 융합해 건설산업 혁신성장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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