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모습 / 연합뉴스
주한일본대사관 신축사업이 계속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옛 대사관 부지 앞에 설치된 소녀상 때문에 신축 사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4일 보도했다.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은 이날 게재한 기명 칼럼에서 가까운 장래에 일본 대사관이 이곳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는 관계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대사관을 짓는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문제를 방치해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외신부장은 2차례에 걸쳐 8년간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심지어 일본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 사령부 부지로의 이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미국대사관을 예로 들면서 “미일동맹의 관점에서도 새 미국대사관 옆에 짓는게 좋겠다”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와다 부장은 지난 8월14일에 열린 1,400회 ‘수요집회’ 현장을 둘러보니 소녀상의 시선은 옛 대사관 부지에 둘러쳐진 공사장용 펜스에 막혀 있었다면서, 거기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규탄하고 있는 ‘일본’이 보이지 않는 걸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고 썼다. 그는 이런 상태라면 이곳을 언제까지 ‘일본대사관 앞’으로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이니치신문은 이곳을 ‘일본대사관 부지 앞’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한국 언론도 ‘옛 일본대사관 앞’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와다 부장은 현시점에서 한일관계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징용피해자 관련 대법원 판결이지만 밑에 깔려있는 위안부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불신감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징용피해자 문제도 조금 더 순조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했을지 모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꼬일대로 꼬인 위안부 문제의 상징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고 그 소녀상이 철거된 일본대사관의 공사용 울타리를 향해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서로 맞지 않는 한일관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 종로구청은 주한 일본대사관에 건축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2015년 건축허가를 내준 지 4년만이다. 건축법상 건축허가가 나면 1년 이내에 착공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연기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연기 신청 없이 허가시점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종로구는 그간 일본대사관 측에 공사를 시작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대사관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다시 건축허가를 받으면 공사가 가능하다”며 “취소 이후 일본 측에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종로구 율곡로 기존 부지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의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로 하고, 2015년 7월 인근 건물로 사무실을 임시 이전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